김시진 감독이 히어로즈로 복귀한 3가지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8.10.07 08: 37

지난 해 현대 유니콘스 마지막 감독으로 올해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감독관을 지낸 김시진(50) 감독이 현대를 모태로 창단한 히어로즈 제2대 감독으로 사령탑에 복귀했다. 김시진 감독의 1년만의 복귀는 사실 박노준 히어로즈 창단 단장이 사임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박 단장은 올 초 김시진 감독에게 무례한 제안을 하는 등으로 김 감독이 현장에서 물러나게 한 장본인이었기에 박 단장의 사임과 김 감독의 복귀는 예상이 됐던 일이다. 실제로 히어로즈의 실질적인 구단주격인 이장석 대표는 박 단장과 사이가 벌어진 지난 6월부터 김시진 감독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비밀리에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진 감독으로서도 악연으로 부담스런 박 단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면 복귀가 쉽지 않았으나 박 단장이 물러남으로써 자연스럽게 복귀 수순을 밟은 것이다. 지난 6일 히어로즈와 3년 8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씩)에 계약을 맺은 김시진 감독은 친정격인 히어로즈에 1년 만에 복귀한 3가지 이유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구단의 미래를 봤다 올 시즌 고액연봉 베테랑 선수들의 연봉 후려치기, 메인스폰서와의 결별 등 어렵게 한 시즌을 끌고온 히어로즈였기에 김 감독도 이장석 대표와 계약전에 협상을 갖기 전까지 복귀를 장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표와의 면담과정에서 구단의 장래가 확실하다는 보장을 받으면서 도장을 찍게 됐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구단의 운영자금 조달계획을 듣지는 못했지만 가장 급한 메인스폰서도 조만간 결정난다는 사실과 내년 시즌 구단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들었다고 한다. 올 시즌 전임 이광환 감독이 어려운 구단 살림 탓에 선수들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한 것을 밖에서 지켜봤던 김 감독은 이 대표의 구단 미래 청사진을 믿고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것이다. 한마디로 팀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이 대표의 야구 열정에 놀랐다 김 감독은 이장석 대표와 막상 이야기를 해보니 생각보다 야구에 관심과 애정이 많았고 그것이 마음을 굳히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김 감독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7년전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바로 직전인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당시 인기가 크지 않아 TV 중계도 없었던 실업야구를 동대문 구장에서 직접 지켜봤고 당시 경리단 에이스인 김시진의 투구에 매료됐다고 털어놓아 김 감독을 감동시켰다. 지금으로 따지면 상무인 경리단에서 장효조 등과 한솥밥을 먹었던 김 감독은 전후기 리그 우승팀이 맞붙은 ‘코리안 시리즈’에서 최고 투수였던 최동원(롯데)과 에이스 맞대결을 펼쳐 1차전 완봉승 등 멋진 승부를 벌였다. 최동원이 6경기에 모두 등판한 롯데에 아깝게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광경을 이 대표가 관전했다는 말에 이 대표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함을 느꼈다고 한다. 금쪽같은 내새끼들 김 감독은 복귀 소감 첫 마디에 “히어로즈 선수들은 사실상 내 자식 같은 선수들이다. 나도 선수들을 잘 알고 선수들도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팀을 정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히어로즈에는 현대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은 물론이고 이기는 법을 아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내년 시즌 다크호스로 주목을 끌어보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김 감독이 다른 구단으로부터 특급 투수코치 제의를 받고도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히어로즈를 선택한 배경에는 영광과 시련을 함께 맛본 히어로즈 선수들과 재회한다는 기쁨이 앞선 것이다. 김 감독은 이장석 대표에게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적절한 대우를 해줘 사기를 높여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도 "김 감독 선임 배경에는 현재 선수들과 가장 호흡이 잘 맞고 단기간이 아닌 긴 안목으로 팀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사령탑이 선임된 만큼 선수단이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팬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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