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제는 적으로 만난다. 자신을 버린 친정팀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롯데가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에는 이들를 빼놓을 수 없다.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이용훈(29), 특급 좌완 셋업맨 강영식(24), 1번 톱타자로 활약한 김주찬(26)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상과 부진으로 애물단지였지만 올해 보물로 거듭나며 가을잔치로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들에게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삼성 출신이라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8일부터 시작되는 준플레이오프 맞상대가 삼성이다. 2000년 대졸신인 이용훈은 선발과 불펜을 넘나들며 9승7패2홀드 방어율 5.63으로 나쁘지 않은 첫 시즌을 보냈다. 이승호와 조규수에 가렸지만 꽤 성공적인 데뷔였다. 그러나 이듬해 4승4패 방어율 5.53으로 삐끗하더니 6대2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SK에서도 허리 부상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2003년 김영수와 맞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다시 한 번 이적했다. 2005년 전반기 손민한과 원투펀치를 이루며 반짝했으나 갑작스러운 어깨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2년을 재활로 허송했다. 강영식은 지난 2001년 3월 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검증된 외야수 신동주와 맞트레이드돼 해태에서 삼성으로 팀을 옮겼다. 당시 삼성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응룡 사장이 해태 시절부터 애지중지한 강영식을 기어이 데려온 것이다. 이적 2년째였던 2002년 선발·불펜을 오가며 6승3패 방어율 3.79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승리투수도 강영식이었다. 그러나 이후 성장세가 정체돼 불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2006년 코나미컵을 끝으로 신명철과 맞교환돼 롯데로 이적했지만 지난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0년 2차 1번으로 삼성에 입단한 김주찬은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대형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었다. 데뷔 첫해 주로 백업멤버로 활약하며 60경기에 출장해 48타수 15안타 타율 3할1푼3리로 가능성을 엿보였다. 2루타 3개, 3루타 2개, 도루 7개를 기록할 정도로 호타준족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겨울 선수협 파동으로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 마해영을 삼성이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계성과 함께 롯데로 떠나야 했다. 이적 첫 해였던 2001년 타율 3할1푼3리·4홈런·29도루로 활약한 김주찬은 그러나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성장이 멈췄다. 세 선수 모두 삼성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고 롯데에서도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지만 올해 약속이라도 한 듯 부활과 성장이라는 열매를 따내며 롯데의 가을잔치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선발로 연착륙한 이용훈은 6승7패1홀드 방어율 4.09로 활약했고, 강영식도 64경기에서 6승2패2세이브16홀드 방어율 2.88로 특급 셋업맨 반열에 올라섰다. 1번 톱타자로 자리매김한 김주찬도 104경기에서 출장해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29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규정타석을 채우며 3할1푼3리라는 고타율을 마크했다. 도루도 32개나 해냈고 득점도 75점이었다. 다함께 생애 최고의 한해를 보낸 세 선수는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도 재미를 봤다. 이용훈은 삼성을 상대로 4경기에서 2승1패 방어율 3.48로 호투했고, 강영식도 9경기에서 승패없이 2홀드 방어율 1.93의 언히터블급 위력투를 펼쳤다. 이용훈과 강영식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핵심 불펜으로 기용될 전망이다. 다만 김주찬이 삼성전에서 타율 2할6푼9리로 LG와 함께 상대전적에서 가장 낮은 타율을 보였지만 후반기에 3할6푼의 불방망이를 휘두른 것에서 나타나듯 타격감이 대단히 좋다. 친정팀을 향해 칼 가는 소리가 매섭게 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