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오빠야, 제발 정신 좀 차리라." 구수한 부산 사투리의 세일러복 여고생에서 깜찍발랄한 여대생, 그리고 재벌 2세를 상대로 거침없이 설계하는 도박녀까지 1인3역이다. 요즘 월화의 TV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는 SBS 월화 드라마의 난숙 역, 한예슬이 뜨고 있다.
월 화요일 밤마다 때로는 청순하고 가련하게, 때로는 섹시하고 요염하게 안방극장을 드레스폭 아래 휘감는 중이다. '연기는 이렇게 하는거야'라고 과시하듯 요즘 그녀의 연기는 물이 잔뜩 올랐다. 중견 연기자들도 힘들어하는 사투리 연기를 제대로 소화했고 눈물 뚝뚝 흘리는 감정 표현이 제대로다.
한예슬이 맡은 드라마 '타짜' 속 난숙 역은 조승우 김혜수의 흥행 영화 '타짜'에서는 존재감을 지웠던 캐릭터다. 그러나 허영만 원작 만화의 1~3편을 넘나들어 스토리를 다시 짜깁기한 드라마의 경우, 난숙은 극 전개의 핵심 인물이다.
타짜 고니(장혁 분)의 소꼽친구인 난숙은 도박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세 사람을 잃어버렸고 결국 도박판을 무대로 살아간다. 바로 자기 자신과 하나뿐인 혈육 오빠, 그리고 남자친구 고니다. 그래서 난숙은 야누스적 두 얼굴의 청춘을 살아가는 불쌍한 인생이다.
출세작 '환상의 커플' 때 한예슬은 도도하게 내뱉는 "꼬라지 하고는" 대사 한 마디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실제 그녀의 이미지와 그대로 매치되는 듯한 '환커'에서 연기력을 평가하기란 다소 무리였던 상황. '타짜'는 연기자 한예슬을 새롭게 도마 위에 올려놓았고 한예슬은 농익은 연기력으로 시청률과 비평, 두 마리의 토끼를 쫓고 있다.
또 하나, 그녀는 여자 톱스타가 변신 또는 연기를 위해 망가지는 순간 조차도 매력이 넘쳐나는 배우다. 담배 한 개비 물었다고, 마스카라 번지는 눈물 연기나 공주 드레스 벗고 몸빼 바지 입는 것으로 ‘연기를 위해 망가졌다’고 자축하는 건 호들갑일 뿐. 타고난 미모와 몸매는 어떤 분장과 역할 속에서도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다.
난숙은 이제 3년 전(극중 시간) 고등학교 시절, 안타깝게 헤어졌던 고니와 극적으로 재회하면서 고니의 친구이자 자신을 연모하는 영민, 라인계의 악녀 정마담이 합세한 사각 러브라인에 빠져든다. 고니의 복수 여부와 함께 난숙의 사랑이 어디에 꽂힐지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한예슬이 있기에 수 목요일 밤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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