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영입으로 본 가장 큰 효과는
OSEN 기자
발행 2008.10.08 08: 56

예상보다 빨리 무마가 됐다. 뜨겁게 달아오른 가을축제를 앞두고 자칫 초를 칠 뻔 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히어로즈는 지난 6일 김시진 감독과 3년간 총 8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에 계약을 채결했다. 그 순간 시즌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박노준 단장이 손을 털고 나갔고 김 감독 내정 사실마저 알려져 일파만파 커질 것 같던 문제는 진화됐다. 히어로즈는 김 감독의 영입으로 벌써부터 다양한 효과를 보고 있다. 우선 땅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를 조금씩 되찾아 가고 있다. 창단 과정부터 석연치 않았던 히어로즈는 올 시즌 여러가지 잡음을 내왔다. 고액 연봉을 받는 주축 베테랑들의 연봉을 후려쳐 사기를 꺾어 놓았다. 가입금 납부 문제가 터졌고 메인스폰서 우리담배가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박 전 단장은 쉴새 없이 말을 바꿨다. 이장석 대표는 이곳저곳에서 새나가는 비밀로 권위는 계속해서 추락했다. 두 사람 사이의 불협화음까지 대외적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우리담배와의 관계마저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새로운 메인스폰서가 등장하지 않으면 내년 시즌을 장담할 수 없는 구단이라는 인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김 감독과의 계약은 이 같은 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켰다. "이 대표가 구단에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면담과정에서 구단의 미래에 확신을 가져 도장을 찍게 됐다. 메인스폰서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입을 통해 언론에 전해진 이런 말들이 효과를 봤다. 의리가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김 감독의 말이었기에 야구팬들은 마음이 움직였다.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성적에 대한 자신감도 회복 중이다. 김 감독이 지휘한 지난해 마지막 현대는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 전력을 고스란히 이은 히어로즈의 올해 성적은 7위. 그나마 LG가 아니었으면 최하위도 불보듯 뻔했다. 그러나 현대 매각과 창단 과정에서 제대로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 캠프도 다녀오지 못했고 연봉 계약도 늦어져 시즌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다. 이런 요소들은 성적에 있어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았다. 일단 선수들은 김 감독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광환 초대 감독은 선수들의 믿음을 얻지 못했다. 선수 기용 문제부터 시작해 경기 중 지시한 작전을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했다. 급기야 코칭스태프의 생각과도 동떨어졌다. 그야말로 선수 따로 감독 따로 시즌을 치른 셈이다. 김 감독 내정 소식이 들리자 히어로즈 선수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 감독도 계약 후 "내 자식같은 선수들"이라며 다른 구단의 제의를 뿌리치고 히어로즈를 택한 첫 이유를 밝혔다. 이는 곧 김 감독을 들이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와 직결된다. 시즌 후 발생할 선수단 이탈 분위기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게 됐다. 히어로즈는 올 시즌 종료 후 정성훈, 김수경 등 여러 명의 선수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이들은 다른 팀에서 많은 액수의 돈을 제시하면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히어로즈는 사실상 선수들의 유출을 막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김성근 감독도 "히어로즈 FA 선수들을 나머지 7개 구단이 잡지 않아야 한다"며 히어로즈 구단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래야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나타날 경우 전력 유출 없이 인계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이 문제에 어느 정도 해결방안이 될 전망이다. 김 감독은 앞으로 꾸릴 코칭스태프에 대해 "무엇보다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이 원만하고 화합이 잘될 수 있는데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민태를 투수코치로 영입하려는 것도 이런 부분에 기인한다. 프로는 실력과 돈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알아주는 코칭스태프가 있는 곳에 머물고 싶어하는 경향도 만만치 않다. 김 감독은 영광을 누릴 때나 시련을 맛볼 때 항상 함께 한 리더였다. 실제로 선수들은 현대가 해체될 때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유임을 최우선으로 꼽기도 했다. 그만큼 선수단에 대한 신뢰가 확실하다. 김 감독은 이 대표에게 선수들에게 적절한 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히어로즈는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고 구단과 통하는 감독'을 원했고 김 감독을 우여곡절 끝에 사령탑에 앉혔다. 선수단을 응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만큼 이제 내년에도 거뜬하게 지원할 수 있는 메인스폰서라는 결과물을 내놓을 차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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