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조성환이 살아야 롯데가 산다
OSEN 기자
발행 2008.10.09 07: 27

[OSEN=부산, 이상학 객원기자] "발 빠른 김주찬과 조성환이 위협적이다" 지난 8일 사직구장.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삼성 선동렬 감독은 경계대상으로 톱타자 김주찬(29)과 3번 타자 조성환(33)을 꼽았다. 선 감독은 "발 빠른 주자들이 나가면 곤란해진다. 김주찬과 조성환이 그래서 위협적이다. 주자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중심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에서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들을 잡아야 승산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대로 김주찬과 조성환이 꽉 막히면서 롯데의 득점루트가 철벽봉쇄됐고 삼성은 손쉽게 승리를 손아귀에 넣었다. 1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한 김주찬은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5회 중전 적시타로 타점을 올렸으나 괜한 욕심으로 2루까지 내달리며 비명횡사하며 주루사를 당하고 말았다. 이미 승패가 삼성으로 기울어진 상황이었지만, 5회 2점을 따라붙으며 상승 분위기를 탈 무렵 나온 어이없는 주루사로 다시 한 번 분위기가 다운됐다. 나머지 타석에서는 모두 땅볼로 물러났다. 4구에서 승부를 볼 정도로 지나치게 적극적인 타격으로 큰 경기에서 후속타자들에게 투수의 공을 눈으로 보여줄 기회마저 저버렸다. 믿었던 주장 조성환도 8년 만에 밟은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페넌트레이스 때처럼 변함없이 3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출장했지만 삼진 하나 포함해 4타수 무안타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5회 수비에서도 실책으로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1차전 전날 있었던 미디어데이에서 조성환은 "지금 많이 긴장되는데 경기에서는 긴장될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삼성 주장 진갑용의 "더 떨릴 것"이라는 되받아치기처럼 평소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공수양면에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주찬과 조성환은 올 시즌 롯데 타선의 도화선과 같은 역할을 맡은 선수들이었다. 김주찬은 타율 3할1푼3리·32도루로 공격첨병 노릇을 톡톡히 해냈고, 조성환도 3번 타자로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을 이루며 타율 3할2푼7리·10홈런·81타점·31도루로 펄펄 날았다. 빠른 발로 상대 배터리를 뒤흔든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힘. 두 선수가 먹음직스런 밥상을 차리면 '대식가' 이대호가 뚝딱 해치운 뒤 카림 가르시아가 찌거기 하나 안 남기고 말끔하게 설거지하는 식이었다. 이대호는 94타점으로 이 부문 3위였고 10개의 스리런 홈런을 터뜨린 가르시아는 111타점으로 이 부문 전체 1위였다. 그러나 1차전에서는 이대호가 3차례나 선두타자로 나와 졸지에 후반기 한화 김태균처럼 1번 타자가 되어버렸다. 이대호는 물론 좋은 타격감을 보였던 가르시아 앞에도 주자가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선동렬 감독의 말처럼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위압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야구가 결코 혼자하는 스포츠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대호-가르시아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1번 김주찬, 3번 조성환이 부활해야 한다. 페넌트레이스 때처럼 최고의 밥상을 차리는 식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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