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 '위기 의식'이 가져 온 타격감
OSEN 기자
발행 2008.10.09 10: 52

"아직 한창 뛸 때인데 저렇게 뛰면 아쉽지"
페넌트레이스 도중 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한 선수를 가리키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주인공은 바로 외야수 박한이(29)였다.
선 감독은 배팅 훈련 중이던 박한이를 지켜보며 "우리 나이 서른이면 운동능력을 과시하며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때다. 제 실력을 떨쳐야 할 박한이가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올시즌 3할1푼6리 4홈런 41타점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올린 박한이였지만 시즌 내내 선 감독의 평가는 냉정한 편이었다. 성적에서는 흠 잡을 곳을 찾기 힘든 모습이었으나 수비 시 타구를 쫓는 움직임이나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 등의 필요성을 강조한 선 감독이었다.
좀처럼 선 감독의 신임을 확실하게 얻지 못했던 박한이가 포스트 시즌 들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박한이는 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톱타자로 선발 출장, 6타수 4안타 2타점을 올리며 맹위를 떨치는 동시에 12-3 대승을 이끌었다. 타자 일순하며 7점을 획득한 3회서는 두 타석서 모두 안타를 기록, 정확한 타격감을 과시한 박한이였다.
박한이는 경기 후 "시즌 시작 전 '0점짜리 선수'라는 혹평에 잠시 방황을 하기도 했고 힘들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혹평이 자극으로 다가왔다"라며 시즌 개막 전에 대해 돌이켜 본 뒤 "신인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했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며 2008시즌을 자평했다.
박한이의 이야기를 곁에서 듣고 있던 선 감독은 "박한이가 좋은 활약을 펼쳐 흐뭇하다"라며 웃어 보였으나 곧바로 "그렇다고 현재 위치서 안주하면 안된다. 지난 시즌과 재작년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등 위기 의식을 가져야 했기에 자극을 주었지만 올시즌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자만해서는 안될 것이다"라며 충고했다. '엄한 아버지'와도 같은 선 감독의 뜻을 알 수 있던 대목이었다.
정확한 타격으로 상대 투수를 압박하는 동시에 누상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후속 타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톱타자의 역할은 포스트 시즌과 같은 단기전서 필수 요소와도 같다. 위기 의식을 갖고 4시즌 만에 3할 타율을 기록했던 박한이가 8년 연속으로 맞는 포스트 시즌서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을 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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