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공' 선동렬 선생, 희생번트와의 이별
OSEN 기자
발행 2008.10.09 10: 52

[OSEN=부산, 이상학 객원기자] 희생번트와의 이별. 이제는 강공 선생이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희생번트를 많이 대는 사령탑이었다. 막강한 불펜으로 리드 점수를 지키는 야구로 선동렬 야구를 꽃피웠다. 최소한의 지키는 점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1점을 짜내는 야구를 펼쳤다. 희생번트는 필수였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삼성은 90개 이상 희생번트를 댔다. 희생번트 순위는 3위-6위-3위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수세적인 야구를 펼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겨도 재미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랬던 선 감독이 변했다. 올 시즌 희생번트가 70개로 확 줄었다. 이 부문 리그 4위로 평균보다는 조금 많지만 지난해보다 22개나 줄어든 수치였다. 물론 올해 프로야구가 전체적으로 희생번트가 대폭 감소했다는 것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희생번트가 1.03개였는데 이는 지난 1982년(0.90개)·2000년(0.97개) 이후 프로야구 역사상 세 번째로 적은 것이다. 도루의 증가로 희생번트의 효용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삼성은 팀 도루가 59개로 리그 최하위인 팀이었다. 굼벵이 중의 굼벵이인 팀에서 희생번트가 가장 적게 나온 것이다. 주자들이 워낙 느리고 강공을 많이 펼치다 보니 병살타도 115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능동적인 야구를 보고 싶은 팬들로서는 아주 답답할 법도 하다. 하지만 올해 삼성을 바라보는 눈길은 전혀 다르다. 작은 야구에 지친 팬들에게 오히려 시원시원한 강공책이 보는 입장에서 화끈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삼성은 '홈런왕' 심정수가 달랑 3개의 아치를 그린 뒤 무릎 부상으로 드러누운 가운데에서도 92개의 팀 홈런으로 이 부문 3위를 차지했다. 2위 롯데(93개)와는 1개 차이였다. 선동렬 감독 부임 후로는 2005년(111개) 다음으로 팀 홈런이 많은데 당시 순위는 4위였다. 게다가 올해 프로야구는 희생번트만큼 홈런이 줄어든 기현상을 보인 한 해다. 그런 면에서도 한화, 롯데와 함께 가장 많은 4명의 두 자릿수 홈런타자를 배출한 삼성이 돋보인다. 또한 삼성의 홈구장 대구구장은 잠실구장 다음 펜스가 긴 구장이다. 희생번트 대신 강공으로 회선한 선 감독의 결정판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었다. 선 감독은 "우리팀 공격력이 지난해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희생번트도 대지 않을 것이다. 후반에 번트를 대야 할 상황도 있겠지만 될 수 있으면 안 댈 것이다. 5회까지는 번트없이 강공으로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선 감독의 생각대로 장단 19안타로 12득점을 폭발시키며 낙승했다. 경기 초반 몇 차례 희생번트 타이밍이 있었지만 선 감독은 눈감고 밀어붙여 강공의 맛을 느꼈다. 향후 16년간 강공을 펼칠 강공의 달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선 감독은 "시즌 막판부터 타격 감각이 부쩍 좋아진 타자들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선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타자들을 믿는다"는 식의 발언은 전무했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게 느껴진다. 선 감독은 2차전에 대해서도 "타격감이 상당히 좋은 관계로 초반부터 강공 태세로 밀어갈 생각이다"고 천명했다. 이제 선 감독에게 희생번트는 헤어진 옛 여자친구의 서랍 속 편지처럼 잊혀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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