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태라면 꼭 용병들을 엔트리에 넣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애".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SK 김성근 감독이 불쑥 던진 말이다. 김 감독이 이끄는 SK는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6시 30분까지 수원구장에서 시리즈 대비 첫 훈련을 시작했다. 지난 5일 히어로즈전을 마친 후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SK는 홈인 문학구장이 잔디보수 공사에 들어감에 따라 수원구장을 임시 훈련장으로 택했다. 3주 후인 오는 26일부터 한국시리즈가 막을 올리는 만큼 여유가 있을 만도 하지만 SK의 첫 훈련은 사뭇 살벌한 느낌이 들 정도로 진지함이 느껴졌다. 외야에서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시작되는 듯 했던 이날 훈련은 1루수와 2루수쪽에서 모창민, 윤상균, 박정환이, 유격수와 3루쪽에서 김동건, 김연훈, 박경완이 쉴 사이 없이 계속되는 '죽음의 펑고'로 연신 신음 속에 진행됐다. 그런데 잠시 감독실에 앉아 훈련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레이번과 얀이 지금과 같은 컨디션이라면 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넣을 필요가 있겠냐"고 답답한 표정을 지은 뒤 "여차하면 국내파로만 시리즈를 치르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레이번은 올 시즌 133⅔이닝 동안 5승 3패로 지난해(17승 8패) 성적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3.30의 방어율로 3.27이었던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어 올 시즌에도 국내 타자들에게 어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는 28⅔이닝 동안 1.88의 방어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레이번에 대해 "작년과는 달리 경기 중 인상을 쓰는 일이 잦다.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그 원인을 자신보다는 외부에서 찾는 경우가 더 많다"며 "윤길현 사건도 사실은 레이번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야 할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고스란히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한국시리즈와 같은 단기전에서 자칫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레이번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과 두산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특히 삼성을 상대로는 5.40의 방어율로 상당히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가상의 모델은 두산"이라고 밝혔지만 내심 롯데를 꺾을 것으로 예상한 삼성의 기세를 더욱 경계하는 눈치다. 선발진도 김광현, 채병룡, 송은범 등을 비롯해 전병두, 이승호 등이 있어 레이번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얀 역시 김 감독으로부터 점점 신뢰감을 잃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칭찬을 받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는 ⅔이닝 동안 3피안타 4실점했고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도 ⅔이닝 1실점했다. 당초에는 얀을 정대현과 더블 스토퍼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구상까지 내놓았지만 지금은 선발이나 중간으로 쓰기도 애매해 고민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레이번을 2군으로 내려보냈던 김 감독이 정말 국내 선수로만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작성할지 관심을 모은다. 한편 이날 SK는 1.5군이 훈련을 진행했다. 정근우(어깨), 최정(오른 팔목), 이재원(오른 팔꿈치), 조동화(왼 허벅지) 등은 부상 때문에 훈련 도중 경기장에서 불려나왔다. 10일까지는 상태를 지켜 본 후 훈련에 투입시킬 예정이다. 오른 허벅지를 다쳤던 이진영은 T 타격과 가벼운 수비 연습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