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첫 승' 정현욱, 선동렬 믿음에 보답
OSEN 기자
발행 2008.10.09 23: 00

[OSEN=부산, 이상학 객원기자] 또 다시 적중했다. 이번에는 마운드 운용이었다. 믿음에 보답한 결과였다. 삼성 선동렬 감독의 마운드 운용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삼성은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접전 끝에 4-3 승리를 엮어냈다. 타선에서는 홈런과 2루타를 한 방씩 터뜨린 채태인과 7회 2타점 결승 2루타를 작렬시킨 박진만이 돋보였다면, 마운드에서는 구원승을 따낸 정현욱(30)의 존재감이 찬란하게 빛났다. 정현욱의 활용도를 놓고 고민하던 선동렬 감독의 투입시기 또한 절묘했다. 올 시즌 53경기에서 127이닝을 소화하며 10승4패11홀드 방어율 3.40으로 맹활약했다. 40경기 이상 구원등판한 투수가 규정이닝을 채운 것은 2005년 현대 황두성 이후 3년 만이었다. 그만큼 자주 등판하면서도 길게 던졌다. 올해 양적으로 불펜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에게 마당쇠처럼 깨끗하게 청소하는 정현욱의 존재는 빛과 소금이었다. 선동렬 감독도 종종 "올해 고과 1위는 정현욱"이라며 힘을 북돋워주고 있다. 그 정현욱이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화려하게 비상했다. 정현욱은 이날 선발 존 에니스에 이어 3회말 2사 후부터 구원등판, 3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으며 팀 승리의 결정적인 디딤돌을 놓았다.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개인 첫승. 지난 2003년 SK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⅔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것이 유일한 포스트시즌 경험이었지만 이날 구원승으로 보다 더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선동렬 감독은 경기 전부터 정현욱을 투입시키겠다는 의지를 엿보였다. "주자가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정현욱을 가장 먼저 등판시킬 것"이라고 누누이 말해온 선 감독은 이날 경기 전에도 "선발인 에니스가 5회까지 잘 던져준다면 좋겠지만 만약 흔들릴 경우에는 3회라도 정현욱을 투입하겠다. 내일(10일) 하루를 쉴 수 있기 때문에 여유있고, 정현욱에게도 포스트시즌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선 감독의 말이었다. 선 감독은 3회 에니스가 흔들리자 정현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기용시기도 절묘했다. 에니스가 2사 2·3루 위기에서 강민호를 상대로 볼카운트는 2-1. 여기서 선 감독은 정현욱을 전격적으로 기용했다. 정현욱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136km 빠른 체인지업으로 승부해 강민호를 스탠딩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아주 깔끔하게 정리했다. 최고 150km, 최저 144km의 묵직한 직구를 중심으로 체인지업과 커브 등 떨어지는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롯데 타자들을 요리했다. 총 투구수도 49개밖에 되지 않았으며 이 가운데 무려 34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선동렬 감독은 "사실 에니스가 좋은 볼을 던졌는데 포수 (진)갑용이가 에니스의 볼이 가운데로 몰린다고 말했다. 어차피 정현욱으로 바꿔 불펜 싸움을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투수교체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적중했다"며 정현욱의 기용과 활약에 흡족해 했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