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좌타자 채태인(26)이 타자 전향 2년 만에 성공의 꽃을 피웠다. 부산상고(현 개성고) 시절 좌완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채태인은 지난 2001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뒤 왼쪽 어깨 수술을 받고 재기를 노렸으나 실패했다. 채태인은 2005년 7월 퇴출 통보를 받은 뒤 지난해 해외파 특별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2, 요미우리)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박흥식 당시 삼성 2군 타격 코치는 채태인에 대해 "체격 조건(187cm 94kg)이 좋고 스윙도 간결해 (이)승엽이의 신인 시절보다 낫다"며 "타격 폼도 예쁘고 나무랄 데가 없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승엽의 좌타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거론된 타자 가운데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특히 삼성이 해외파 특별 지명을 통해 채태인을 선택했을때 "타자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를 영입해 키운다는 것은 모험이나 다름없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거셌다. 지난해 31경기에 출장, 타율 2할2푼1리(77타수 17안타) 1홈런 10타점 6득점에 그쳤으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채태인에 대해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채태인은 말뚝"이라고 표현할 만큼 큰 기대를 걸었다. 채태인은 해외 전훈 캠프에서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 직구는 자신 있었으나 상대 투수들의 변화구에 약점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마무리 훈련과 이번 전훈을 통해 변화구 대처 능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 서서히 감이 온다"고 맹활약을 예고했다. 기대를 모았던 한화 출신 외국인 타자 제이콥 크루즈(35, 외야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선 감독은 과감히 퇴출을 결정했다. 크루즈는 타율 2할8푼2리(156타수 44안타) 2홈런 21타점 21득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기대했던 장타가 터지지 않았다. 크루즈의 퇴출 결정에 채태인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선 감독은 "크루즈를 기용하는 것보다 채태인 같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훨씬 낫다"며 채태인을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주전 1루수로 자리잡은 채태인은 68경기서 타율 2할6푼6리 66안타 10홈런 42타점 32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4일 SK와의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에서 3-0으로 앞선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SK 선발 전병두와 볼 카운트 1-2에서 오른쪽 펜스를 넘는 솔로 아치(비거리 115m)를 터트렸다. 시즌 10호이자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 왼손 중지 인대 부상을 딛고 때려낸 홈런이기에 더욱 값진 한 방이었다. 롯데와의 준PO 엔트리에 승선한 채태인은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4회 상대 선발 손민한과의 대결에서 우월 솔로 아치를 터트리며 데뷔 첫 포스트시즌 홈런을 쏘아 올렸다. 삼성은 채태인의 활약에 힘입어 2연승을 내달리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 타자 전향 2년 만에 1군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채태인. 그의 성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기에 그의 존재는 더욱 빛난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