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 준PO, 어디서 승패가 갈렸나
OSEN 기자
발행 2008.10.11 19: 13

[OSEN=대구, 이상학 객원기자] 무려 8년을 기다려온 가을잔치였다. 지난 2000년 10월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5로 패한 후 7년간 가을잔치와는 담을 쌓았던 롯데에게 있어 2008년 10월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4일, 3경기 만에 가을잔치가 마감됐다. 이번에도 상대는 삼성이었다.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삼성은 파죽의 3연승으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명승부를 예고했다. 과연 어디에서 승패가 갈린 것일까. 확실한 기선제압 삼성 한대화 수석코치는 "이렇게 편안한 포스트시즌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그렇게 대승을 거두고 나니 경기가 쉽게 풀렸다"는 것이 한 코치의 말이었다. 롯데는 1차전에서 에이스 손민한 대신 송승준을 전격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과적으로 마운드 대붕괴를 야기해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꿰고 말았다. 플레이오프 내내 전반적인 투수운용에서도 많은 아쉬움을 남겼는데 단기전에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매직이 발휘되지 못했다. 1~3차전에서 롯데는 선발투수들이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강판됐다. 롯데는 페넌트레이스에서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선발투수 평균 투구이닝이 6이닝(6.07)을 넘기는 팀이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조금 더 공격적인 투수운용이 필요했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유일하게 선발투수 평균 투구이닝이 5이닝(4.75)도 되지 않는 팀이었지만 선동렬 감독 특유의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가 빛을 발했다. 선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와 단기전은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타자들의 노련미 삼성은 지난 몇 년간 타자들의 인내심이 좋은 팀이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의 이 같은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07타수 37안타로 팀 타율도 무려 3할4푼6리에 달했지만, 볼넷 22개와 사구도 2개나 있었다. 출루율은 타율보다도 1할 가량 더 높은 4할5푼9리에 달했다. 타자들이 대단히 끈질긴 인내심으로 롯데 투수들을 괴롭혔다. 비단 볼넷뿐만 아니라 절묘한 커트와 장타를 노리지 않고 짧게 짧게 끊어치는 타법으로 롯데 투수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반면 롯데 타자들에게서 인내심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3경기에서 106타수 30안타로 팀 타율은 2할8푼3리로 나쁘지 않았지만 팀 출루율이 3할2푼1리밖에 되지 않았다. 볼넷을 6개밖에 얻지 못한 탓이었다. 3차전에서 4개를 얻기 전까지 1~2차전에서는 볼넷을 각각 1개씩 얻는데 머물렀다. 3차전에서 이인구와 강민호가 인내심과 함께 짧게 끊어치는 타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듯 했으나 이번에는 마운드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크게 스윙했지만 장타가 많이 나온 것도 아니다. 2루타 4개가 전부였다. 오히려 장타는 삼성이 홈런 2개, 2루타 6개로 더 많았다. 매직과 매직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동렬 감독은 마치 작두라도 탄듯한 용병술로 화제를 일으켰다. 2번 타자 박석민과 4번 타자 진갑용은 준플레이오프 최고의 화제작이었다. 투수교체 운용도 절묘했었다. 2차전에서 선발 존 에니스를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상태에서 내리고 정현욱을 기용해 1구 만에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극복한 것도 백미였다. 3차전에서는 필승 카드가 아닌 것으로 보였던 조현근과 조진호을 가용해 최종전 승리를 낚는 노련미를 보였다. 3차전에서는 조동찬의 2번 기용 또한 아주 완벽했으며 9번 최형우도 9타수 무안타 끝에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터뜨리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반면 로이스터 감독의 매직은 단기전에서 통하지 않았다. 1~2차전 모두 투수교체 타이밍을 한 박자 놓치는 바람에 경기를 내준 꼴이 다수였다. 선동렬 감독이 위험부담을 안고 선발 라인업에 다양한 변화를 주었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페넌트레이스대로 이렇다 할 변화를 주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결과적이지만 상대에게 날카로운 기습을 줄 만한 '매직'이 없었다는 점에서 깜짝 야구의 연속을 보인 선동렬 감독과의 벤치싸움에서 완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미국식 포스트시즌에 익숙한 로이스터 감독에게 한국식 포스트시즌은 좋은 약이 될 것이 자명하다. 패배는 병가지상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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