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SBS가 주말 심야 드라마를 불륜 전문으로 특화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난 주 종영한 '조강지처클럽'의 시청률 대박으로 브레이크 없는 불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11일 오후 10시 첫 방송을 내보낸 주말 특별기획 '가문의 영광'은 시작부터 3단 불륜으로 시청자의 혼을 뺐다. 호텔방에서 바람을 피다 경찰과 함께 들이닥친 아내에게 현장을 적발당한 남편. 간통 혐의로 호텔 복도를 나서다 제비족 어린 청년과 호텔방을 나서는 형수를 발견한다. 잠시후, 불륜 관계인 직장 부하이자 후배와 점심을 먹던 같은 가문의 남자 한 명은 병원에서 임신을 통보 받는다. 첫 방송 20분도 안되 콩가루 집안의 불륜이 세겹으로 드러났다. 물론 '가문의 영광'은 오직 불륜만을 파고들겠다고 아예 공언을 한 '조강지처클럽'과는 목적이 다르다. 제작진은 '우리가 잃어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기획의도의 핵심으로 말하고 있다. '가난해서, 나눠쓸 방이 없어서 온 식구가 좁은 방에 모여 부대끼며 살아야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지금의 우리에게 어쩌면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했다. 멸문한 종가를 다시 세우는 가문의 수장 신구를 앞세워서 시청자들에게 한 가족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그리자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렇다보니 1회 초반부에서 몰락해가는, 아니 타락해가는 한 가문의 가족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려고 3단 불륜을 보여준 부분도 이해 가능하다. 현실을 보다 극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그러나 SBS가 '조강지처클럽' 등으로 시청자의 욕과 짜증을 먹고 쑥쑥 자라는 뻔하고 뻔한 안방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은 경계를 요한다. '조강지처클럽'의 불륜 얘기는 거의 판타지 수준이었고, 불륜 탐구는 킨제이 보고서를 떠오르게 할 정도였다. 아내와 불륜녀를 한 집에 들여놓고 사는 조선시대 스타일의 가장부터, 불륜녀와 조강지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우유부단형, 남편 불륜에 맞바람으로 맞서는 열혈녀까지. 50회로 기획됐던 드라마는 의외의 선전에 힘입어 80회로 늘었고 시청률 대박까지 터지자 결국 질질 끌다가 104회로 끝을 맺었다. 당초 '조강지처클럽'도 "불륜의 폐단을 알리겠다"며 순수한 목적의 드라마 취지를 알렸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측면에 더 목을 맨 느낌이 강했다. '가문의 영광'은 전작 '조강지처클럽'의 후광 덕분인지, 이날 첫 방송 전국 시청률 19.2%(TNS코리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시청자 반응도 다양하게 나왔지만 긍정적인 모습들이 많았다. 시청자들에게 옛것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일깨우겠다는 초심을 잃지않아야만, '가문의 영광'이 불륜이란 자극적인 소재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날수 있을 게 확실하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