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선동렬식' 공격야구. 플레이오프에서도 선풍을 일으킬 것인가.
롯데-삼성의 준플레이오프 최고의 화제는 삼성 선동렬 감독이었다. 기가 막힌 경기운영과 용병술로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의 벤치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선 감독에게 있어 가장 큰 변화는 타선을 믿었다는 점이다. 예년의 선 감독은 '지키는 야구'라는 명목아래 철저하게 마운드 중심의 야구를 펼친 수비적인 감독이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달랐다. "방망이는 믿을 것이 못 된다"던 선 감독이 직접 선수들에게 방망이를 선물하며 믿음을 보냈고 3연승이라는 최상의 결과를 낳았다.
장타율보다 높은 출루율
선동렬식 공격야구의 요체는 관록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은 107타수 37안타로 팀 타율이 무려 3할4푼6리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건 바로 출루율이었다. 볼넷 22개와 몸에 맞는 볼 2개로 출루율은 무려 4할5푼9리에 달했다. 장타율(0.458)보다 출루율이 더 높은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만큼 삼성 타자들은 출루에 우선적으로 신경을 썼다. 실제로 롯데 투수들은 이닝당 평균 21.2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소진해야 했다. 롯데 타자를 상대한 삼성 투수들의 이닝당 평균 투구수는 16.7개뿐이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삼성은 선 감독이 부임한 2005년부터 올해까지 팀 볼넷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출루를 최우선적인 목표로 생각하면서도 필요할 때에는 확실한 한 방을 터뜨렸다. 2차전 채태인이 손민한으로부터 뽑아낸 솔로 홈런과 3차전 양준혁의 극적인 동점 투런 홈런이 바로 그것이었다. 반면 롯데는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볼넷을 겨우 6개밖에 얻지 못해 타율(0.281)에 비해 출루율(0.321)이 높지 않았으며 장타도 2루타 6개가 전부였다. 장타율도 3할2푼1리에 불과했다. 삼성은 득점권 찬스에서도 37타수 12안타 13볼넷 2희생플라이로 매우 강했다.
과감한 강공과 타순변화
선동렬 감독은 희생번트를 버리고 강공을 택했다. 1차전을 앞두고 선 감독은 "5회까지는 희생번트를 대지 않을 것이다. 후반에는 번트를 대야 할 상황이 오겠지만 될 수 있으면 안 대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선 감독은 별다른 사인을 내지 않았다. 희생번트는 한 번도 없었고, 1차전 진갑용의 번트모션 후 타격전환이 거의 유일한 작전이었다. 선 감독은 공격야구 전환에 대해 "시즌 막판부터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아보였다. 안타가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트 중심에 맞히는 타구 질이 상당히 좋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선동렬식 공격야구의 또 다른 특징은 과감한 타순 변화다. 1~2차전에서 2번 박석민, 4번 진갑용이라는 깜짝카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선 감독은 3차전에서 2번 조동찬, 5번 박석민, 9번 최형우라는 또 다른 깜짝 카드를 내놓았는데 이 역시 선수의 대활약을 펼치며 선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선 감독은 "타순 변경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런 건 어파치 감독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위험부담이 있지만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는 기습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선 감독의 판단이었다. 물론 최형우처럼 포스트시즌에 갑작스런 부진에 빠진 선수들에 대해서는 "지금 못한다고 빼면 안 된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키워야 한다"며 융통적인 모습을 보였다.
두산에게도 통할 것인가
이제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대성공한 선동렬식 공격야구가 과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가 새로운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두산은 팀 방어율 3위(3.89)를 기록한 팀이지만 선발이 의외로 취약하다. 삼성처럼 불펜 중심의 야구를 펼친다. 후반부로 갈수록 1점이 중요해지는 경기가 펼쳐질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은 준플레이오프 2~3차전에서도 1~2점차의 쫓기는 승부였지만 끈질긴 승부와 과감한 강공으로 승부를 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는 4할 타자가 무려 4명이나 있었다. 박석민(0.583)·양준혁(0.500)·조동찬(0.500)·진갑용(0.417)이 주인공들이다. 출루율 4할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박석민(0.643)·양준혁(0.625)·조동찬(0.571)·진갑용(0.500)·박진만(0.429)뿐만 아니라 김창희(0.500)·강봉규(0.600)처럼 끈질기게 볼넷으로 출루한 타자들도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에 쉬운 타자는 없다. 그리고 그런 인내심 강하고 끈질기며 중요할 때마다 한 방씩 터뜨릴 수 있는 타자들을 선동렬 감독은 예년과 달리 확실하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