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맞대결이다.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2005년 한국시리즈 이후 3년 만에 포스트 시즌서 '외나무 다리 대결'을 펼치게 됐다. 두 팀의 대결은 팀의 '키워드'가 3년 전과 조금은 달라졌다는 데에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04년 김경문 감독 취임 이후 끊임없이 선수단의 세부 구성이 바뀌어 온 두산은 3년 전과는 또다른 팀으로 변모한 채 플레이오프에 나서며 삼성 또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두산을 상대하게 되었다. 2005시즌 당시 두산은 공격의 팀이었다기보다 투수의 팀이었다고 보는 것이 알맞았다. '병풍 파동'으로 인해 얄팍해진 선수층을 가지고도 두산이 페넌트레이스 2위(72승 3무 51패)를 차지하는 데는 다니엘 리오스(36. 전 야쿠르트)-맷 랜들(31)-박명환(31. LG)의 선발 트리오와 28홀드(1위)를 기록한 이재우(28)-구원왕(30세이브) 정재훈(28)의 활약이 컸다. 당시 팀 방어율 3.42로 SK 와이번스(3.41)에 이어 8개 구단 중 2위를 기록했던 두산은 올시즌 3년 전과는 다른 팀으로 바뀌었다. 선발진서 10승 이상을 올린 투수를 단 한 명도 찾지 못한 두산은 올시즌 팀 도루 189개(1위)로 투수진이 아닌 '기동력'의 팀으로 바뀌었다. 특히 올시즌 86도루를 합작한 이종욱(28)-고영민(24)을 필두로 삼성 투수진을 뒤흔들 태세다. 둘 다 3년 전에는 한국 시리즈 무대에 없었던 선수들이다. 선동렬 삼성 감독 또한 11일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후 "두산은 빠른 야구를 펼치는 팀이라 그에 대한 대비책을 확실히 세워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욱과 고영민 외에도 28도루(7위)를 기록한 전천후 내야수 오재원(23)에 중심 타자로 우뚝 선 김현수(20) 또한 13개의 누를 훔쳤고 유격수 김재호(23) 또한 12도루를 기록했다. 삼성의 안방 마님 진갑용(34)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가장 큰 이유다. 2005년 페넌트레이스 및 한국시리즈 제패에 성공한 삼성의 키워드는 '지키는 야구'였다. 데뷔 첫 해부터 돌직구를 선보이며 한국시리즈 3경기서 실점 없이 1승 1홀드를 올린 오승환(26)을 비롯, 4경기에 모두 등판해 3홀드를 올린 잠수함 권오준(28), 안지만(25)에 좌완 오상민(33. LG) 등이 마운드에 올라 계투진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해 정규리그 70경기에 등판해 8승 15홀드 방어율 3.47을 기록한 베테랑 박석진(36. 전 LG)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한국 시리즈 4경기 동안 5할(12타수 6안타)의 고감도 타격과 걸출한 수비를 보여 준 '걸사마' 김재걸(36)의 활약도 뛰어났으나 연장 12회 역전승을 거뒀던 2차전(3-2승)을 생각해보면 계투진의 힘이 근간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전히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유효한 상태다. 바뀐 것은 주요 릴리버의 얼굴이 진짜 바뀌었다는 데에 있다. 부상 이탈한 권오준과 팀을 떠난 오상민, 박석진의 자리는 전천후로 등판한 '마당쇠' 정현욱(30), 3년 전 팔꿈치 수술 및 재활에 매달렸던 권혁(25)이 채웠다. 정현욱과 권혁 모두 3년 전에는 그라운드 밖에서 한국 시리즈를 지켜 본 선수들이다. 여기에 타선에서는 젊은 사자들이 지원 사격을 준비 중이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서 13타수 7안타(5할3푼8리) 4타점을 올린 박석민(23)은 왼쪽 갈비뼈 통증을 참고 나서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으며 '신인왕 0순위' 최형우(25)는 올시즌 두산전서 7홈런 16타점을 쏟아부으며 파괴력을 과시했다. 3년전 한국시리즈서 활약했던 심정수(33)-김한수(37. 현 삼성 코치)의 공백이 커 보이지 않는 이유다. 1경기, 1경기를 허투루 볼 수 없는 단기전은 누가 더 좋은 활약을 펼치느냐에 달려 있다. 3년 전 볼 수 없었던, 그러나 승리의 열쇠를 손에 쥐고 있는 '새 얼굴'들 중 누가 더욱 빛을 내며 팀의 한국 시리즈 진출을 이끌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farinelli@osen.co.kr 이종욱-정현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