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너 마저', 한국영화가 춥다
OSEN 기자
발행 2008.10.13 09: 27

[손남원의 영화산책]해도 해도 너무 했다. 톱스타 조승우 주연의 '고고 70'가 그 보다 한달 전에 막을 올린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 거의 더블 스코어 차로 무너졌다. 조승우 뿐 아니다. 김혜수 박해일의 대작 사극 '모던보이'도 기대 수준에 훨씬 못미치는 중이다. 10월 둘째주, 믿었던 한국영화들이 찬 바람과 된 서리를 맞았다. 1위는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에 할리우드의 신성 샤이아 라보프 주연의 스릴러 영화 '이글아이'에게 돌아갔다. 9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 주말 4일 동안 47만명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동원했다. 2위는 저예산영화 '원스'에 이어 음악영화의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맘마미아'다. 전설적인 스웨덴 출신 4인 혼성 그룹 '아바'의 히트곡들에 스토리를 꿰맞춘 듯한 이 영화는 예상을 뒤집고 6주째 순항하며 400만명을 끌어모았다.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등 호화 캐스팅으로 무장했지만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의 이야기 짜임새는 단출하다 못해 엉성하다. 이미 노년에 접어든 스트립이 열연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와 배우의 나이는 기름과 물의 콤비마냥 겉돌기만 할 뿐. 그럼에도 '맘마미아'는 아바의 노래를 흥겨워 따라부르는 중 장년층 관객들의 발걸음으로 흥행 대박과 롱런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빅히트를 기록한 공연 뮤지컬의 후광도 한 몫을 했을터다. 1970년대 우리 사회를 배경으로 한 '고고 70'나 일제 하의 경성을 무대로 삼은 '모던 보이' 역시 나이 어린 세대 보다는 30대 이상 관객의 지지를 노렸어야 할 작품들이다. 그러나 관객 반응은 양쪽 모두 뜨뜻 미지근한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조승우의 뮤지컬에 전회 매진으로 화답하는 20대 여성들이 '고고 70'으로 몰려가지 않았고, 추억의 록음악에 열광할 7080세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고고 70'은 어느 쪽 세대에게도 공감과 향수, 매력과 재미를 갖다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니,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두 마리를 모두 놓친 것 아닐까. 결국 '맘마미아'의 성공 사례는 중 장년층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도 충분히 400만명 이상의 흥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한국영화 제작자들에게 알린 셈이다. 이도저도 아닌 영화에는 천하의 조승우가 노래하고 연기해도 브루투스를 외칠 수밖에 없다는 교훈과 함께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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