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온통 ‘슈퍼맨과 천재’들의 세상이다.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최근 내 보냈거나 내보내고 있는 인기 드라마들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슈퍼맨 아니면 천재들이다. ‘슈퍼맨’들이 이끄는 드라마는 MBC TV ‘태왕사신기’, SBS TV ‘일지매’, KBS 2TV ‘최강칠우’, ‘바람의 나라’ 등이 해당되겠고 천재들이 판치는 드라마들은 MBC TV ‘베토벤 바이러스’, SBS TV ‘바람의 화원’ 등이 해당된다. 대하사극은 기본적으로 영웅의 이야기에 혹한다. 장르자체가 대서사적인 구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꼭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사극의 색채가 다양해지면서 ‘사극=서사구조’라는 등식이 깨진 지 오래다. 수-목요일의 밤에 펼치지는 두 천재의 서정시는 그래서 더욱 구미가 당긴다. ‘베토벤 바이러스’에 등장하는 강마에(김명민 분)나 강건우(장근석 분), ‘바람의 화원’에 등장하는 김홍도(박신양 분)나 신윤복(문근영)은 모두 천재의 범주에 속한다. 드라마에서는 이들의 천재성을 끄집어내는 과정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지만 이들이 본질적으로 타고난 천재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결국 천재성을 가진 누군가가 있고 거기에 어떤 자극을 주어 그 극성을 만개하게 하느냐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천재가 되는 과정 중에 있는 이들(강건우와 신윤복)에게 이미 천재가 된 이들(강마에와 김홍도)이 어떻게 자극과 도움을 주는 지가 액션과 리액션의 기본 틀이다. 그렇다면 영웅과 천재가 아니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가 없는 것일까. 물론 평범함이 드라마의 강점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비범해야 하는 요소가 꼭 인물이 되라는 법은 없다. 평범하게 태어났지만 비범하게 사는 인생은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현재 제작 중인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2009 외인구단’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현세 만화 속 주인공들이 그러하듯이 이들이 가진 천재성은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인내력 정도 뿐이다. 타고난 천재성보다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무시무시한 의지가 ‘사건’을 만들어내는 에너지다.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이는 제작자들이지만 어떤 드라마가 좋겠다고 방향을 일러주는 힘은 사실상 시청자들에게서 나온다. 드라마의 성격을 세우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대적 흐름’이니 ‘유행’이니 하는 단어만큼 강력한 파워를 지닌 것도 없다. 영웅과 천재들에 열광했던 시청자들이 그 다음으로 선택할 인간적 매력이 혹 한계를 극복하는 ‘비범한 노력’은 아닐까? 마침 시대상도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이니 말이다. 100c@osen.co.kr '베토벤 바이러스'와 '바람의 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