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야구' 두산의 아이러니 '병살타'
OSEN 기자
발행 2008.10.13 11: 12

'병살타와 인연이 가장 많은 팀은 발 빠른 두산'. 3시즌 연속 팀도루 1위팀 두산. 올 시즌 두산은 189개로 지난 1995년 롯데(220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도루를 성공시켰다. 그런 만큼 두산을 상대하는 팀은 시즌 내내 병살타구를 처리하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두산은 이런 '발 스피드'를 앞세워 오는 16일 잠실구장에서부터 시작되는 삼성과의 7전 4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맞이한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 '발'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은 '발야구' 팀답게 이종욱(47개), 고영민(39개), 오재원(28개), 민병헌(18개), 김현수(13개), 김재호(12개) 등 6명의 두자리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8명의 두자리수 도루를 보유한 SK 다음으로 많다. 이에 반해 삼성은 올 시즌 단 한 명도 두자리수 도루를 성공시킨 타자가 없다. 59도루로 8개 구단 중 최하위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선동렬 삼성 감독 역시 "두산의 빠른 발을 묶는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플레이오프 출사표를 던졌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발을 앞세운 두산이 병살타와 인연이 깊다는 점이다. 우선 두산은 올 시즌 삼성과 함께 팀병살타 부문에서 나란히 1위(115개)를 차지하고 있다. 고영민과 김현수는 병살타도 두자리수를 기록했다. '한 경기에 3개의 병살타가 나오면 진다'는 야구계 속설이 있지만 두산은 올 시즌 한 경기에서 4번의 병살타를 친 경기가 두 번이나 된다.지난 6월 29일 잠실 삼성전과 7월 1일 대전 한화전에서 2경기 연속 4개의 병살타로 패했다. 삼성 역시 두 경기에서 4개의 병살타를 쳤다. 5월 5일 대구 한화전과 5월 23일 대전 한화전에서 4개씩 쳤다. 그러나 23일 경기는 승리를 거뒀다. 참고로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병살타는 히어로즈가 지난 8월 29일 광주 KIA전서 기록한 5개다. 무엇보다 두산은 지난해 6월 24일 잠실 KIA전서 역대 한 경기 한 팀 최다 병살타 신기록인 6개의 병살타를 기록했다. 더불어 지난해 10월 14일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4개의 병살타를 쳐 포스트시즌 역대 한 팀 최다 병살타 타이기록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한화도 3개의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당시 경기는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병살타 경기로 남아 있다. 게다가 더 아이러니 한 것은 그날 경기에서 4-3으로 두산이 승리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발이 빠르면 병살타 확률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발야구'를 앞세운 두산의 기록은 신기할 정도다. 기록만 놓고 보면 타자들의 팀배팅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산은 최다 병살타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득점력에서는 최고다. 647점을 올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SK보다도 15점이 더 많다. 그에 비해 삼성은 557점으로 전체 5위다. 빠른 발이 도루용으로만 쓰인 것이 아니라 '한 베이스 더 가는 재치'로 연결돼 득점력 증가로 직결됐다. 타점도 598점으로 8개 구단 중 제일 많다. 그 만큼 빠른 발을 가진 주자들이 타자들의 타점력에도 큰 영향을 준 셈이다. 문제는 단기전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단기전에서 병살타는 공격의 흐름을 끊어버릴 뿐 아니라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롯데와 삼성이 벌인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듯 다음날 잘하면 되는 페넌트레이스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더구나 한 번 흐름을 놓치면 플레이오프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면에서 삼성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 번의 병살타가 있었지만 2차전과 3차전에서는 병살타가 없이 경기를 끝냈다. 두산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는 평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전력인 '발'의 이면에 가려진 '병살타'가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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