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추춘제 시즌 도입 논란, 무의미하다
OSEN 기자
발행 2008.10.13 12: 15

유럽 축구에 대한 동경일까. 아니면 일본 축구의 선진 경영에 대한 콤플렉스일까. 최근 한국 축구에 추춘제 시즌 도입을 놓고 팬들 사이에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프로축구 J리그가 오는 2010년부터 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 펼쳐지는 추춘제 시즌으로 변화를 천명하면서 일어난 이 논란은 아시아축구연맹(AFC)까지 AFC 챔피언스리그와 AFC 컵 등의 일정 변경을 고려하겠다고 나서면서 증폭됐다. 한국 축구의 추춘제 시즌 도입을 찬성하는 쪽의 주장은 유럽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의 이적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해외파와 일정을 맞출 수 있어 A매치에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데 있다. 유럽과 일정을 맞추었을 때 유럽 팀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어 축구 팬들을 위한 볼거리가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이 논란은 무의미에 가깝다. 일단 대륙성 기후권인 한국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과연 겨울에 축구를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실례로 지난 2005년 12월 17일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FA컵 결승전이 해답이 될 수 있다. 한국판 칼레의 기적이라 불리며 관심을 모았지만 한겨울의 매서운 날씨 속에 관중은 1125명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추춘제 시즌을 도입할 경우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유럽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을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허점이 있다. 잔디는 물론이고 그라운드까지 꽁꽁 어는 겨울에 축구를 한다는 것이 과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까. 오히려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뿐이다. 이적을 꿈꾸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면 이적 시장을 유럽과 맞추면 될 일이다. 프로축구연맹 또한 이 부분을 놓고 조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으로 일본이 과연 추춘제 시즌을 도입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해양성 기후인 일본의 경우 관서지방은 겨울에도 축구를 할 수 있는 여건 도입이 쉬운 편이지만 관동지역의 홋카이도, 삿포로 등에 위치한 팀들은 추춘제 시즌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유럽권이지만 겨울에 축구를 할 수 없는 환경인 러시아가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와 같은 춘추제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한국 축구의 선진화를 위해 '비전 프로젝트 K'를 연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축구팬을 위한 환경 구축에 신경써야 할 상황에서 반대로 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쿼터제는 어느 정도 따라가야 할 당위성이 있다지만 추춘제 도입은 우리 축구 여건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뼈 있는 지적을 남겼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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