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PO 전략, '번트 대신 오재원'
OSEN 기자
발행 2008.10.14 07: 51

희생번트는 '양날의 칼'을 가진 전략이다. 선행 주자를 득점권에 가깝게 인도하기도 하지만 아웃 카운트 하나를 소모, 타점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및 재임 5년 동안 4번째 포스트 시즌을 맞는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13일 "2루수 고영민(24)을 2번 타자로 배치하는 대신 오재원(23)을 선발 1루수 겸 2번 타자로 놓을 가능성이 크다. 고영민은 6번 타자로 후위 배치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오재원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번트를 좋아하지 않는 김 감독의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은 오재원의 기용에 대해 "좌타자인 오재원은 그만큼 1루에 도달하는 시간이 빠르다. 만일 병살타 코스로 타구가 이어지더라도 1개의 아웃 카운트는 아낄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동시에 이는 고영민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들의 타격 훈련 도중 고영민은 임태훈(20)의 불펜 피칭 때 가상의 타자로 들어서 있었다. 물론 직접 배팅을 하는 역할이 아닌 가상의 타자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에 대해 김광림 타격코치는 "(고)영민이의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배팅 훈련을 더 하는 것보다 저렇게 투수의 공을 더 오래 지켜보라고 지시했다. 컨디션 부조의 타자에게는 투수의 공을 끝까지 지켜보는 훈련이 더 좋을 수 있다"라고 그 연유를 밝혔다. 김 코치의 이야기는 고영민의 팀 내 역할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김 감독은 시즌 중 3번 타자 자리에 서던 고영민을 2번 타자로 전진 배치한 데 대해 "고영민이 출루해 줘야 중심 타선이 찬스를 확실하게 맞을 수 있다. 그런데 고영민이 3번 타순에서 출루 후 2루 도루까지 성공하면 4번 김동주(32)가 고의사구로 출루 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김현수(20)와 고영민의 자리를 맞바꾼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시즌 타율 2할6푼7리의 고영민은 109개(1위)의 삼진을 당했지만 사사구 88개(1위)를 획득하며 3할8푼8리(11위)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그만큼 투수의 공을 오래 지켜보며 체력 소모를 이끌었다는 반증이었지만 컨디션이 안 좋은 현재 상태에서 고영민의 출루 능력에만 득점 공식을 의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광림 코치는 "포스트 시즌 같은 단기전서는 뭐니뭐니해도 상위 타선이 터져줘야 하는 법이다. 테이블 세터가 찬스를 만들며 상대 배터리를 압박하는 동시에 중심 타선이 이를 잘 이용해 파괴력을 내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밝힌 뒤 "오재원이 시행착오 끝에 타격 시 손을 귀 근처로 올리면서 내려찍는 타격을 하게 됐다. 덕분에 기복이 덜한 타격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타구에도 힘을 실을 수 있게 되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타격폼의 수정이 이뤄진 오재원의 9월 타격 성적은 3할2푼2리(59타수 15안타) 6타점에 달했다. 오재원은 컨택 능력에서 일찌감치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던 타자다. 분당 야탑고 시절이던 2002년 봉황대기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고 경희대서는 동기생 이호신(24. KIA)과 함께 '호타준족'형 타자로 타선을 이끌며 국가 대표로 뛰기도 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야구 센스까지 갖추고 있다. 두산은 올시즌 가장 적은 희생 번트(36개)를 기록했을 정도로 번트를 믿지 않은 팀 중 하나다. 번트 대신 오재원의 방망이와 발을 믿고 있는 두산. 오재원이 기대치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며 자신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을 지 또한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farinelli@osen.co.kr 오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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