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다가가고 싶어요
OSEN 기자
발행 2008.10.14 08: 25

[김준명 건강칼럼] 9월 중순 30대 중반의 한 여성 환자가 내원했었다. 입 냄새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했는데,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적극’이란 단어를 넘어설 정도다. 스스로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점을 엄격하게 지키고, 내가 처방하는 대로 충실히 약을 복용하고 있어 다른 환자들에 비해 월등히 빠른 속도로 치료되고 있다. 아마 이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내가 예상하는 날짜에 정확히 치료가 끝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처음 이 환자가 내원했을 때가 생각난다. 남들이 말하는 ‘골드 미스’ 중의 한명인 이 환자는 20대 후반 큰 실연의 아픔을 겪은 뒤로 일에만 파묻혀 지냈다고 했다. 실연의 상처가 얼마나 컸던지 남들 쉴 때 일하는 것은 기본. 다른 사람들이 맡기 꺼려하는 프로젝트까지 일부러 지원해 성사 시키면서 어느새 일벌레가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생활 습관을 약 8년간 지속하면서 생겼다. 스스로 ‘바쁘다 바빠’를 달고 살면서 주식은 인스턴트 음식이 됐고, 운동은 거의 뒷전이었다고 했다. 또한 일주일에 한번은 꼭 밤을 샜고, ‘여자라서...’란 소리가 듣기 싫어 술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기염을 토했다고 했다. 이런 생활습관을 가지며 지내니 강한 입 냄새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 어느 날 화장실에서 부하 여직원들이 ‘입 냄새나 풀풀 풍기는 주제에...’란 뒷 담화를 우연찮게 듣고 난 뒤 큰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스스로 당찬 커리어 우먼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 충격이 컸을 것이다. 이 와중에 후배 결혼식장에서 한 남자를 소개 받고 가슴이 요동쳤다고 했다. ‘사랑’이란 감정을 잊고 살았는데, 삼십대 중반 골드 미스의 가슴이 그렇게 크게 요동칠 줄은 몰랐다고 내게 털어놨다. 그리고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그 남자를 거부하기 힘든 자신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내원 했던 것이다. 어제도 병세를 확인하기 위해 내원했었는데, 훨씬 밝은 모습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슬쩍 그 남자에 대해 물어 봤다. 모든 것을 이해해 줄 것 같은 사람이지만 굳이 심한 입 냄새가 있었다고는 말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사랑을 위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처음부터 점수를 깎이며 들어갈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 환자가 처음 내원했을 때 나한테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빨리 치료해서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글 :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OSEN=생활경제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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