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스크린, 꽃미남들의 동성애로 물든다
OSEN 기자
발행 2008.10.14 11: 34

올 가을 극장가에 동성애의 진한 향이 가득하다. 동성애는 더 이상 한국영화의 금기사항도 아니고 흥행에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맛깔진 천연조미료처럼 영화에 재미를 더해주는 동성애 코드, 어떤 영화들이 있을까. 동성애를 다뤄 흥행에 성공한 기존 작품들로는 1000만 관객 '왕의 남자'와 아카데미 수상작 '브로크벡 마운틴', 오다기리 조의 '메종 드 히미코' 등을 들 수 있다. TV 드라마로는 젊은 여성들의 귀가 시간을 앞당겼다는 '커피프린스 1호점'과 외화 '퀴어 애즈 포크'가 화제였다. 2008년 늦가을에도 동성애는 다양한 장르 영화 속에서 변주되며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먼저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유하 감독의 초대형 서사극 '쌍화점'은 원나라의 정치적 지배를 받던 고려 말을 배경으로 고려 왕과 왕의 총애를 받는 호위무사를 둘러싼 사랑과 배신을 그린다. 파격적인 소재와 꽃미남 톱스타인 조인성 주진모의 캐스팅, 36인 미소년 친위부대 구성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조광수 감독의 '소년, 소년을 만나다'에서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스타덤에 오른 김혜성과 이현진이 서로 상반된 성격을 지닌 두 남학생으로 분해 풋풋한 동성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앞선 두 영화가 동성애 소재를 서사극과 퀴어로맨스로 풀어냈다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은 코믹 드라마 장르를 선택했다. 서양골동품점을 개조한 케이크숍을 배경으로 별나고 비밀스런 4 남자가 벌이는 유쾌한 에피소드를 담은 이 영화는,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 동성애자 이성애자를 막론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마성의 게이’ 캐릭터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만화의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동성애 코드, 유쾌발랄한 감수성을 영화에 고스란히 가져왔다. 특히 주지훈 김재욱 유아인 최지호 등 훤칠한 외모와 늘씬하 몸매가 돋보이는 모델 출신 배우들을 대거 기용, 꽃미남 파티쉐들이 대거 등장하는 원작 만화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이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는 남남 사이의 코믹한 애정공세 에피소드와 꽃미남들의 아찔한 키스씬 등 파격적인 영상이 다수 포함됐다. 이처럼 영화계가 동성애 소재 영화들을 속속 선보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동성애’가 더 이상 금기시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영화의 주 소비층인 여성들 사이에서 꽃미남들의 로맨스를 담은 일명 ‘야오이’물이 인기인 문화현상을 들 수 있다. 동성애 영화 붐은 소재 빈곤에 시달려온 한국 영화계에 장르 의 다양화를 이끌어낼 호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충무로의 기대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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