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홍보는 대성공이다. 포스트시즌 열기로 불붙은 프로야구 인기 덕택에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또 다른 대형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을 힘들이지 않고 시민들에게 널리 알렸다. 하지만 시민 편의는 뒷전이라는 비난의 소리도 함께 들어야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부터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서울디자인올림픽 2008’을 개최, 야구팬들과 야구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올림픽주경기장 옆 야구장에서는 16일부터 프로야구 ‘가을잔치’인 플레이오프(삼성-두산)가 열리지만 승용차 등 개인차량으로 야구장을 찾는 야구팬들은 디자인 올림픽 탓에 불편을 겪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27년간 이맘 때면 잠실야구장에서 포스트시즌이 열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서울시가 한 경기에 3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찾는 야구장에 승용차를 가지고 오기 힘들게 만들었다. 서울시는 디자인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야구장 옆 주차공간 1500면 중 600면과 종합경기장, 수영장 부근의 1500면 전체를 행사를 위해 주차를 불허하는 대신 플레이오프 기간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에 야구팬인 시민들과 야구인들은 뿔이 났다. 화가 난 시민들은 서울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서울시의 행정편의와 오세훈 시장을 비난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 어떤 시민은 ‘주차장은 주차하는 곳’이라고 서울시를 성토했는가 하면 또 다른 시민들은 ‘디자인 올림픽은 동대문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프로야구 한 해 농사를 결산하는 잔치를 망친다’, ‘집이 먼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는 등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성난 목소리들을 쏟아내고 있다. 포스트시즌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서울시와 1차로 협의, 주차대수를 늘리는 한편 인근 탄천주차장에 500대 규모의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2차 협의를 갖고 대체 주차장으로는 탄천주차장(500대)에 더해 한강고수부지(150대, 선착장과 수영장 사이), 잠실유수부지(300대, 당일 입장권 또는 예매권 소지자 무료)를 활용하기로 하고 이 중 한강고수부지 주차장에서는 4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두 합해도 주차 공간이 평소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어서 ‘주차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디자인 올림픽은 30일까지 열릴 예정으로 플레이오프가 길어지면 23일과 24일에도 또 한 번 야구팬들은 불편을 겪게 된다. 한 야구인은 “서울시가 너무 한다. 이른바 노이즈 홍보를 제대로 한 것 같다. 프로야구가 아니었으면 잠실경기장에서 디자인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알겠느냐. 야구 인기 덕분에 디자인 올림픽은 홍보가 제대로 됐다. 야구장을 찾는 시민들은 저절로 디자인 올림픽을 알게 됐다”면서 “홍보도 좋지만 가족단위로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끼친 것은 누구를 위한 디자인 올림픽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디자인 올림픽은 잠실경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개최할 수 있지 않았느냐”며 서울시를 비꼬았다. 시민들의 비난이 잇따르자 서울시는 KBO와 추가 협의를 통해 시민들과 야구팬들의 편의를 위해 최대한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나 주차공간 부족은 역부족일 듯 싶다. sun@osen.co.kr 3만 명 관중으로 가득찬 잠실야구장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