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본' 전희철이 고심했던 '두 가지 선택'
OSEN 기자
발행 2008.10.14 16: 33

한국 농구의 정상을 호령하던 선수의 은퇴식은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90년대부터 한국 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에어본' 전희철(35)의 이야기다. 전희철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합동 은퇴식에서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부터 서울 SK의 2군 감독 및 전력분석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는 의미였다. 그동안의 선수 생활 중 좋았던 기억만 가지고 떠나겠다는 말도 남겼다. 고려대 시절 농구대잔치 최고의 스타 중 하나였던 전희철은 "내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린 시기였고 내 인생 최고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는 길거리를 지나가도 다들 알아봤다. 아쉬움이 있다면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채 졸업했다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전희철은 끝내 은퇴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여전히 코트에서 활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선택해야 했던 아쉬움이 남았던 탓이다. 우지원, 김병철 등 동기들이 여전히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희철을 힘들게 했다. 전희철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자니 소속팀을 떠나야 했고 소속팀을 떠나면 지도자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가족, 친지, 동료 등 지인들도 전희철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전희철은 '한 명의 팬을 위해서라도 뛰어라'는 조언과 '박수칠 때 떠나라'는 충고 속에 고민했다고 전했다. 결국 전희철의 선택은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었다. 전희철은 "내가 내린 결정이었다. 선수 생활을 2년 빨리 끝내는 대신 지도자로서 빨리 시작한다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며 "이왕 지도자를 시작한 이상 남보다 잘하고 싶다. 프로는 기본기가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기본기만큼은 제대로 전수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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