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타임스 "박찬호 볼넷이 승부 갈랐다"
OSEN 기자
발행 2008.10.15 06: 45

[OSEN=애틀랜타, 김형태 특파원] 역전에 재역전이 거듭된 경기에서 어느 한 순간의 결과가 승부를 갈랐다고 볼 수 있을까. 결정적인 홈런 2방을 포함해 3개의 홈런이 쏟아진 경기에서 한 타자와의 승부가 경기 전체의 분수령이 됐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 LA타임스 >는 그렇게 봤다. 타임스는 다저스가 필라델피아아에 5-7로 역전패한 15일(한국시간) 경기는 '박찬호의 6회초 볼넷이 승부를 가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목할 점은 기억에 생생한 폭투가 아닌 '볼넷'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박찬호는 3-2로 살얼음판 같은 리드를 잡은 6회 1사 2,3루에서 신출내기 클레이튼 커쇼를 구원 등판했다. 첫 타자 페드로 펠리스를 우익수 얕은 플라이로 처리했지만 그 다음 타자 카를로스 루이스와의 승부가 문제였다. 초구에 던진 슬라이더가 포수 뒤로 빠져 폭투가 됐고, 곧바로 리드가 날아갔다. 타임스는 이 폭투가 아닌 계속된 루이스와의 승부에 주목했다. 흔들린 박찬호가 루이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투수 타순이 됐고, 필라델피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타를 기용했다. 조 블레이튼 대신 들어선 선수는 좌타자 제프 젠킨스. 박찬호를 상대로 통산 타율 3할2푼1리 3홈런 5타점을 기록한 선수다. 조 토리 감독으로선 어쩔 수 없이 원포인트 릴리프를 기용해야 했다. 왼손타자 전문 상대 요원 조 바이멀을 일찌감치 써먹을 수밖에 없었다. 바이멀의 조기 투입은 결과적으로 다저스의 '막판 옵션'이 없어진 요인이라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필라델피아가 셰인 빅토리노의 투런홈런으로 5-5 동점을 만든 8회초 1사 1루. 찰리 매뉴얼 감독은 투수 라이언 매드슨 대신 다시 대타 작전을 썼고, 왼손 파워히터 맷 스테어스를 내세웠다. 평소라면 바이멀이 나와야 할 타이밍이지만 다저스 불펜에 좌완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토리의 선택은 마무리 조나선 브록스톤.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브록스턴은 스테어스에게 그만 우측 불펜으로 날아가는 대형 결승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타임스는 이를 두고 '여름 내내 찬란했던 박찬호'가 허용한 한 개의 볼넷이 토리의 선택의 폭을 좁혔고, 결국 결승홈런을 허용하게 된 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다저스를 전담 취재한 빌 셰이킨 기자의 기사톤은 박찬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과는 달랐다. 다만 정황상 그때 볼넷이 없었다면 불펜 운용에 좀 더 여유를 갖게 됐을 테고, 그러면 운명의 8회에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박찬호나 다저스 모두에게 시리즈 4차전은 뼈아픈 패배였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에서 남은 선택은 '전승' 밖에 없다. 남은 3경기에서 1패라도 하게 된다면 20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 꿈이 무산된다. 이제는 문자 그대로 '배수의 진'을 쳐야 할 때가 왔다. 한편 지난해까지 12년간 조 토리 감독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뉴욕 언론들은 "토리의 투수 기용이 경기를 망쳤다"고 패인을 감독탓으로 해석했다. 뉴욕의 스포츠전문 라디오 토크쇼에서는 "경기를 뒤집자마자 왜 20살짜리 애송이를 기용하는가. 시리즈 내내 토리는 고비마다 투수진 운영 전략에서 미스를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토리가 양키스에서 거둔 성과는 마리아노 리베라라는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의 존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음이 드러났다. 리베라가 없는 다저스에선 토리의 총기도 사라진 모양"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말도 있었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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