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타짜'가 영화보다 좋은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8.10.15 08: 26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허명만의 베스트셀러 만화 '타짜'는 2006년 추석 때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전국 700만 관객의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범죄의 재구성'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등 호화캐스팅으로 진용을 짠 영화 '타짜'는 139분 러닝타임에 원작 1, 2부의 기본 줄거리를 현대판으로 해석했다. 올 가을에는 SBS의 월화 드라마 '타짜'가 화제다.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송승헌 주연의 MBC '에덴의 동쪽' 보다 몇 회 늦게 첫 방송을 내보냈던 불리함을 딛고 12%대(AGB 닐슨) 시청률을 유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같은 시간대 KBS '연애의 결혼'은 14일 현재 3%대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만화책과 스크린 그리고 TV로 매체를 달리하긴 했어도 재탕, 3탕째인 '타짜'가 여전히 시청자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와 달리 캐릭터와 이야기 골격 등 원작의 큰 틀은 살리면서 그 전개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각색에 충실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도박장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만화 원작 3부까지 드라마 '타짜'의 범위 안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 주인공 고니(장혁 분)의 고교시절 절친한 친구이면서 후에 갈등 구조를 빚게 될 것으로 보이는 영민(김민준 분)의 경우 새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 속 유오성과 장동건이 드라마 속으로 환생한 듯하다. 두 친구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난숙(한예슬 분)은 원작 1~3의 여주인공을 합쳐놓은 인물로 극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러닝타임이 한정된 영화에서는 등장시키기 힘든 캐릭터들의 추가로 드라마 '타짜'는 생동감을 더하는 중이다. 팜므파탈 정마담(강성연 분)은 영화의 김혜수와 달리 악녀 쪽으로 특화됐다. 사랑과 돈에 울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이미지는 난숙에게 넘겨주고 정마담 본연의 나쁜 여자 캐릭터에 전념하는 셈이다. 아귀(김갑수 분)와 그를 둘러싼 도박꾼 악당들도 거대 조직폭력단 이상의 힘을 갖춰 드라마로 돌아왔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도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다. '다빈치 코드'가 그랬고 '오만과 편견', 결국 영화 '타짜'도 벽에 부딪혔다. 드라마 '타짜'의 가장 큰 힘이자 어려운 도전은 원작을 비틀어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시청자에게 안긴데서 나온다. '원작을 망쳤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도 있었지만 영화가 포기했던 '타짜' 1~3부의 망라, 캐릭터와 줄거리 변주라는 특화로 3탕째라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있다. 드라마 '타짜'가 동시간대 시청률 고지를 선점한 '에덴의 동쪽'에 굳세게 버틸수 있는 배경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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