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11~12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향한 SK 최정예 핵심 마운드의 윤곽이 살짝 드러났다. SK 김성근 감독은 지난 14일 문학구장에서 가진 자체 홍백전을 감독석이 아닌 홈플레이트 뒤쪽 본부석 바로 아래에서 지켜봤다. 김 감독은 경기를 마친 후 "부상으로 빠졌던 주축 선수들이 거의 회복됐지만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엔트리 선수들을 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투수 구성은 11명에서 많으면 12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규시즌과 비교해 엔트리에 드는 선수들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 SK는 작년 한국시리즈 때 11명으로 투수진(포수 2명, 내야수 7명, 외야수 6명)을 구성했다. 이는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더라도 마운드에 머무는 간격을 짧게 하면서 중간 투수들의 구위를 최대로 이끌어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원천이었다. 테스트도 이미 어느 정도 마친 상태다. SK는 지난 9월 엔트리 확대와 함께 투수들을 대거 1군에 올렸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5명을 보유하며 두 달 가까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투수들을 실전에 투입해봤다. 따라서 김 감독은 투수 구성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을 짜 놓은 상태다. 다만 남은 1~2명을 놓고 고민 중이다. 상대팀이 어느 팀이 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컨디션 추이가 엔트리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감독은 "선발진은 김광현, 채병룡, 레이번이 있다. 우리는 현재 한국시리즈 1차전에 맞춰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는 상태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가 김광현이라 단정짓지는 말라"며 "오늘(14일) 투수들은 타자들에 비해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못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이날 백팀 선발투수로 나온 김광현은 3회까지 3삼진 3볼넷으로 무실점했다. 그러나 3회 급격하게 제구력이 떨어지며 1사 2, 3루 실점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투구수는 51개. 홍팀 선발 채병룡 역시 3이닝 4피안타 1삼진 1볼넷 3실점(1자책)으로 다소 불안했다. 이 둘은 사실상 오는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 등판을 목표로 컨디션 조절에 나섰다. 그러나 전날 레이번도 불펜 피칭을 통해 컨디션을 가다듬은 만큼 시리즈 1선발은 3명 중 1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마무리는 역시 정대현이다. 조웅천이 조금씩 좋아지는 만큼 정대현 앞에 나올 것"이라고 반겼다. 정대현은 이날 홍백전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불펜에서 70개가 넘는 투구수로 컨디션을 조절했지만 점차 투구 밸런스를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SK 투수진은 정상적인 시즌 때와 마찬가지로 김광현, 채병룡, 레이번이 선발을 맡고 조웅천과 정대현이 뒷문을 담당한다. 중간 투수에는 윤길현, 정우람 등이 나선다. 이런 기본적인 뼈대에 김원형, 송은범, 전병두, 이승호, 가득염, 이영욱, 최상덕 등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김 감독이 투수 1명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삼성과 두산이 벌일 플레이오프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과 두산 중 어느 팀이 올라올지 모르겠다. 삼성은 경험 많은 베테랑에 타격이 좋다. 반면 두산은 발을 앞세운 스피드가 탁월하다"고 말한데서 알 수 있듯 상대팀에 따라 투수 엔트리 숫자에도 변화를 줄 생각이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