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영화 ‘추격자’에서 개미슈퍼 앞을 서성이다가 들어가지 않아 관객들에게 한 바가지 욕을 먹었던 여 형사. ‘추격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효주(26)가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로 돌아왔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현실을 견딜 수 없어 미쳐버린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가 오히려 환자에게서 위안을 얻는 아이러니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관심이 모아졌다.
박효주는 ‘나는 행복합니다’에서 정신병동의 간호사 역을 맡았다. 극중 현빈이 과대망상증에 걸려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박효주는 그를 간호 한다. 극중 수간호사로 출연하는 이보영과도 함께 호흡을 맞춘다.
박효주는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며 “남자 주인공의 치료 과정에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라고 소개했다.
“비중이 큰 역할도 아니고 캐릭터 적으로도 큰 매력이 있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욕심이 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윤종찬 감독의 ‘소름’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 감독님은 여성의 독특한 매력을 잘 끄집어내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그래서 감독님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래서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소름’ ‘청연’의 윤종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시나리오의 전체적인 느낌이 너무 좋았다는 것도 작은 비중이지만 선택을 하게 된 요인인 것 같다”며 “내가 고민하고 있었던 삶에 대한 시선과 많이 닮아 있었다. 작품은 너무 좋았고 내 캐릭터는 밋밋했다. 하지만 시나리오에 강하게 끌렸다”고 털어놨다.
박효주는 ‘나는 행복합니다’의 촬영을 짧게 끝내고 난 후, 지난 9월 소극장에서 연극도 한편 올렸다. 연극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로 2005년 연극 ‘오뎅팔이 청년’ 이후 이우천 연출과의 인연으로 출연을 흔쾌히 수락한 것이다.
박효주는 “연극은 현장감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관객들과 가까이 있으면서 관객을 직접 만나는 것이 좋다. 묘한 기분이다. 아직 베테랑이 아니기 때문에 연극무대 위에 서는 것이 꿀맛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설레고 긴장되고 즐거운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또한 “영화와 같이 커트의 개념이 아니라 한 시간 반 동안 쭉 이어서 가야 하는 것이라서 어렵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 도움이 된다”며 “연기의 호흡도 길어지고 편집의 도움 없이 날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라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데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영화든 연극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자꾸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쉬고 싶지 않고 끊임없이 무대나 영화 속에서 내 연기와 내 삶을 같이 가꿔 나가고 싶다. 끊임없이 그 이야기 속에서 살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요양을 하고 쉬는 게 아니라 연기에 대해서 고뇌하고 식지 않는 열정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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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