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두고 15일 잠실 구장서 훈련에 여념이 없던 두산 베어스 선수단에 낯익은 얼굴이 찾아왔다. 주인공은 시즌 막판 오른손 골절로 전열에서 이탈했던 3년차 외야수 민병헌(21)이었다. 시즌 개막 전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과시하며 주전 톱타자로 낙점 받았던 민병헌은 정작 페넌트레이스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못미쳤다. 결국 데뷔 시즌이던 2006시즌처럼 대수비, 대주자 요원으로 밀려나 버린 민병헌의 올시즌 성적은 87경기서 1할9푼4리(93타수 18안타)에 홈런, 타점 없이 18도루에 그쳤다. 민병헌에게는 운도 따르지 않았다. 지난 7월 29일 잠실 롯데전서 2루 도루를 시도하던 중 손등 부상을 입었던 그는 우여곡절 끝에 1군에 재합류했으나 9월 26일 잠실 삼성전서 안지만(25)의 견제구에 황급히 귀루하다 1루 베이스에 오른손 엄지 골절상을 입으며 결국 시즌을 끝내고 말았다. 훈련 막판 덕아웃에 사복 차림으로 들어선 민병헌은 애써 웃음을 지었으나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깁스를 한 상태의 오른손으로 잠실 구장에 나타난 민병헌은 그라운드를 가리키며 "저 곳에 서 있어야 되는 건데 너무나 아쉽다. 뼈가 붙는 데는 3~4주 정도가 걸린다고 들었다"라는 말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훈련을 마치고 민병헌을 발견한 선수단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특히 김 감독은 아버지가 아들을 껴안듯이 힘껏 껴안은 후 양 볼을 쓰다듬으며 "병헌아, 한국 시리즈에는 나올 수 있겠지"라고 이야기했다. 만약 두산이 삼성을 꺾고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다고 해도 출장 가능성은 극히 드문 상황이었지만 민병헌에 대한 김 감독의 애정을 느낄 수 있던 장면이었다. 한 달 가까이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 민병헌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선수단과 함께였다.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또 한 번의 시련을 겪고 있는 민병헌의 '잠실 구장 방문'은 두산 선수단의 돈독한 팀워크를 알 수 있던 장면이었다. farinelli@osen.co.kr 민병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