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해와 달이 만난다. 과연 어떤 충돌이 일어날까. 두산과 삼성의 2008 프로야구 플레이오프가 16일 1차전으로 시작으로 7전4선승제의 승부를 벌인다. 양 팀 모두 선발보다 불펜이 강하고 타선의 응집력이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공격야구의 대충돌'이 기대되고 있다. '강공'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예부터 선 굵은 야구를 펼치는 팀이었으며 선동렬 감독의 삼성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화끈한 공격야구를 앞세워 3연승으로 시리즈를 조기종결시켰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감독의 영향이 가장 크게 미치는 투수교체와 대타작전도 큰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번트보다는 강공책 김경문 감독의 두산은 올 시즌 희생번트가 36개로 가장 적은 팀이었다. 1회 희생번트는 3개였고, 5회까지 희생번트도 12개로 가장 적었다. 김재박 감독의 LG가 1회 12개, 5회까지 무려 56개의 희생번트를 댄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적은 수치인지를 잘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강공 일변도로 밀어붙이다 보니 189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스피드의 팀임에도 불구하고 병살타가 116개로 전체 1위일 수밖에 없었다. 선동렬 감독의 삼성은 올 시즌 희생번트가 70개로 리그 전체 4위였다. 리그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치였으나 지난해보다 22개나 줄어들었다. 물론 프로야구 전체적으로 희생번트가 줄어든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도루가 가장 적은 팀에서 희생번트가 많지 않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듯 선 감독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희생번트 무용론을 펼치며 단 한 번도 희생번트 사인을 내지 않고 3연승했다. 양 팀은 18차례의 페넌트레이스 맞대결에서도 희생번트와 같은 자잘한 작전보다 방망이로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산은 희생번트가 단 2개뿐이었고 삼성도 겨우 6개밖에 되지 않았다. 두산은 희생번트를 대지 않고도 1~3회에만 40득점을 몰아치며 기선제압을 제대로 했다. 다만 병살타가 무려 18개나 속출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에게 병살타는 숙명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도 두산 다음으로 많은 115개의 병살타를 기록한 팀이다. 공격적인 마운드 운용 양 팀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역시 선발보다 불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선발투수 퀄리티 스타트에서 삼성은 28회로 가장 적었고 그 다음으로 적은 팀이 41회의 두산이었다. 순수 선발 10승 없는 팀끼리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건 기현상이다. 하지만 그만큼 양 팀이 마운드 운용을 잘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재우(두산)와 정현욱(삼성)은 나란히 두 자릿수 승수로 불펜 에이스 노릇을 해냈으며 임태훈(두산)과 안지만(삼성)이라는 든든한 대체제들도 버티고 있다. 선발보다 불펜이 강한 탓에 두 팀 모두 공격적인 마운드 운용을 펼쳤다. 조금이라도 리드하고 있을 시점에서는 선발을 내리고 막강 불펜을 기용했다.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시키는 퀵 후크가 두산은 29차례로 전체 3위였다. 퀵 후크를 한 29경기에서 18승11패로 승률이 무려 6할2푼1리에 달한다. 하지만 이 부분 만큼은 삼성이 조금 더 대단하다. 삼성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43차례의 퀵 후크를 했는데 이 43경기에서 29승14패로 6할7푼4리라는 매우 높은 승률을 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은 선발투수를 최대한 밀어주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두산은 선발투수가 5회를 버티지 못한 경우가 33차례로 한화(19회) 다음 적었다. 올해 선발진 약화 탓에 어쩔 수 없이 강판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마운드 운용 자체가 변화무쌍한 편은 아니다. 경기당 평균 구원투수 투입이 2.9명으로 리그에서도 세 번째로 적었다. 반면 선동렬 감독은 투수 출신이지만, 선발을 가차없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선발투수들이 크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지만 퀵 후크 승률에서 나타나듯 결과가 너무나도 좋았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도 모두 이 같은 방식이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SK 다음 많은 경기당 평균 3.2명의 구원투수를 동원했는데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도 평균 3.7명을 투입했다. 김경문 감독은 "선동렬 감독은 워낙 투수교체를 잘하는 지휘자"라고 경계했다. 해와 달 공존시간 끝났다 선 감독이 투수교체에 능하다면 김 감독은 승부를 바꿀 수 있는 대타 작전에 능하다. 이미 김 감독의 신기의 대타 작전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유감없이 나타났다. 올림픽에서 한국의 대타 성적은 6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 대타 타율이 무려 5할. 올 시즌 두산의 대타 타율도 무려 3할1푼3리에 달한다. 당연히 리그 전체 1위다. 경기 전 선수들의 타격 컨디션을 유심히 지켜본 뒤 승부처에서 상황에 맞게 대타를 투입하는데 능하다. 반면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삼성의 대타 타율은 2할6리로 리그 전체 6위밖에 되지 않는다. 해와 달의 명운을 가를 분수령은 5회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18차례의 페넌트레이스 맞대결에서 5회까지 리드한 팀이 역전패한 경우는 한 차례밖에 없었다. 지난 5월16일 잠실 경기에서 삼성이 5회까지 2-3으로 뒤지다 6회 3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은 경우가 유일했다. 5회까지 동점인 경우는 2차례 있었는데 모두 삼성이 승리했다. 두산으로서는 경기 초반 기선제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두산은 삼성전에서 5회까지 리드한 9경기에서 8승1패를 거뒀지만 3점차 이내 7경기에서는 1승6패로 고전했다. 특히 맞대결에서 1~3회까지 득점이 40점으로 삼성(20점)을 압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단기전은 장기전과 확실히 다르다. 선동렬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상대로 단기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선 감독의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12승1무3패. 승률이 무려 8할이다. 특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과감한 타순변화로 허를 완벽하게 찔렀다.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 성적이 11승11패로 정확히 5할이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끈 사령탑이다. 어느 쪽으로도 저울이 기울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해와 달은 공존시간이 다 됐다는 사실이다. 이제 어느 한 쪽이 뜨면 어느 한 쪽이 반드시 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