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비, '꽃미남 기준 바꾸기' 고정관념은 깨라고 있다
OSEN 기자
발행 2008.10.16 08: 59

저 멀리서 그가 다가온다. 그가 바로 이렇게 눈 앞에 서 있는 날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제 그는 자신을 기다려온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넌 이제 벗어날 수 없다""느껴봐 나의 모든걸"이라고 외친다. 그의 외침은 그대로 주문이 된다. 그의 유혹에 그냥 모른 척 빠져버리고 싶다. 그는 비(26, Rain, 본명 정지훈)다.
2002년 팬들 앞에 홀연히 나타난 비는 그대로 '변화'가 됐다. 감각적인 퍼포먼스와 보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무대를 만들어 냈고 한국을 넘어 전세계 그 어느 곳이라도 못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 '꽃미남'의 기준 조차 바꿔 버렸다. 이렇게 키가 큰 남자도 멋지게 춤 출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해줬다. 그런 그가 4집 '레인즈 월드'(Rain`s World) 이후 2년 만에 5집 '레이니즘'(Rainism)을 내놨다. 스승 박진영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한 결과물이다. 기대도 컸고 우려도 컸다. 결과는? '한층 성숙해진' 비에게서 더 큰 희망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 초심으로 돌아가자!
비가 직접 언론사를 방문해 인터뷰를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앨범 발매 전후로 여러 언론사와 함께 라운드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비 역시 그렇게 인터뷰를 진행 할 줄 알았다.
청바지에 흰티셔츠를 입고 저 멀리서 성큼성큼 걸어 온 비는 눈을 맞추며 반갑게 웃었다.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주앉은 그에게서는 여유와 자신감이 풍겼다.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고 '월드스타'라고도 불리며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친근하고 정이 갔다. 이렇게 각 언론사를 방문해 인터뷰를 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를 묻자 "직접 눈을 보고 인사를 하고 싶었다. 어차피 앨범이 나왔으니 홍보는 해야하고 인터뷰도 해야한다. 여럿이 함께 인터뷰를 하면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그럴 수도 있는데 이번 기회에 직접 눈을 맞추고 얼굴도 익히고 그러면 좋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이번 홍보 활동을 두고 '초심을 잃지 말자'는 평소 그의 말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처음 가수를 시작했을 때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소중히 아끼겠다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 앨범 반응이 좋다!
비는 최근 쇼케이스에서 타이틀 곡을 비롯해 신곡 6곡을 선보였다.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그의 무대를 지켜본 사람들은 '세련돼 졌고 성숙해 졌다'고 입을 모았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록곡 '러브스토리'는 공개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각종 음악 순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선주문도 10만장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인터뷰가 있던 날 비는 음악 차트에서 1위를 했다며 무척 기분 좋아 했다. 비는 앨범 기획에서 프로듀싱, 마케팅까지 앨범 작업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의상, 헤어스타일, 재킷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앨범 타이틀 ‘RAINISM’이 괜히 '레이니즘'이 아닌 것이다. 타이틀곡 '레이니즘'은 비가 가사를 썼고 비와 배진렬(JR GROOVE)이 공동 작곡했다. 비는 총 13트랙, 11곡 중 타이틀곡을 비롯해 '마이 웨이'(MY WAY), '유'(You), '내 여자' 등 4곡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온리 유'(Only You) 등 3곡을 제외하고 모두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 특히 '러브 스토리'(Love Story)는 비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노래라고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야말로 '레인'에서부터 이 모든 것이 비롯된 것이다.
춤은 물론 의상도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검정색 수트에 허리께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의상을 입고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비는 그 자체로 감탄을 자아냈고 음악에 몸을 맡기고 머리에서부터 목, 가슴, 복부를 흘러내리는 그의 손동작은 그대로 유행이 될 것 같다. 매혹적이다.
비는 "정말 진정한 쇼가 무엇인지, 폭발력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레이니즘'이 지향하는 강렬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곡 50%, '러브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는 감상적인 트랙 50%로 나뉜다.
# 부담감 없었다!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 과연 '비가 박진영을 벗어나 성공할 수 있을까''과연 비가 만드는 앨범은 어떤 색일까' 기대반, 걱정반 섞인 목소리가 많이 들려왔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았나"하는 것은 아마 그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일 듯 하다. 그런데 의외로 대답은 "전혀!"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비는 "오히려 처음으로 부담을 안 갖고 너무나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래서 반응도 좋은 것 같다. '물은 고여 있으면 썪는다'라는 말처럼 계속 흘러야 하고 그래야 그 자리를 또 다른 물이 채울 수 있다. 어떤 분들은 이번 앨범으로 또 1등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있을 것 같고 성공을 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고 말하지만 1등도 해 봤고 대상도 타 봤다. 이제는 더 큰 세상에서 일을 해야하고 더 크게 보고 더 멀리 보면서 일을 하니까 이번 앨범의 성패 여부는 그렇게 큰 고민이 아니었다. 홀로서기가 부담이 없는 것은 늘 준비돼 있었기에, 내년에는 미국에서 앨범도 나오고 정말 더 큰 바다가 있으니까 지금 국내 활동은 기대했던 쇼를 함께 하며 즐길 수 있게 돼 기쁘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이번 앨범 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배들과 후배 가수들 사이에서 소통 기관이 돼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어느 덧 비도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면 후배들이 훨씬 더 많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안 그랬는데 지금 이렇게 돼 버렸다. 정말 속도가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유하게 사람들을 챙겨가면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또 그 환한 미소를 지었다.
# 많이 유연해 진 것 같다!
언제부턴가 비를 보면 참 많이 유연해지고 여유있어 졌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무대 위에 서면 빛이 나는 사람이지만 요즘은 더욱더 무대 위가 천상 그의 자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과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오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피 튀기는' 경쟁 속에서도 한 가지 배우게 된 사실은 '유연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4시간을 자고 일을 해도 일이 즐겁다. 비 스스로도 "이렇게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복 받은 거 같다"고 했다. 아예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인터뷰를 하면서도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까"하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는 그다. "돈도 참 많이 벌었을 것 같다"는 말에 "'돈'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은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다"라며 교과서적인 대답을 했지만 틀린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꽃미남' 정의마저 바꿨다!
사실 비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비처럼 생긴 얼굴이 각광 받던 시대는 아니었다. 그는 짙은 쌍꺼풀도 없었고 전체적으로 '깎아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로 인해 미남의 기준이 달라졌다. 바늘 하나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던 공고한 '미남'의 범주가 서서히 넓어졌고 열정적이고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비같은 얼굴도 '꽃미남이다'라는 인식의 변화까지 가져왔다. 비 이후 사람들은 비 같이 보면 볼수록 호감이 가고 질리지 않는 얼굴을 미남이라고 생각하며 '미남은 어떠해야한다'라는 객관적인 공식이 적용되는 평가를 포함한 개념에 '얼마나 열정적인가, 매력적인가'라는 주관식 영역까지 포함시켰다.
이 같은 말에 비는 "맞아 맞아. 남자는 이렇게 외꺼풀이고 몸도 딱 적당하고, 얼굴도 잘 보면 잘 생긴 나 같은 스타일이 진짜 남자다"라고 말하더니 이내 자신도 쑥스러운지 "하하" 웃음을 보였다. 이어 "메트로섹슈얼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런데 '새로운 무언가를 지향하는 섹시함'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는 말 같다. 그래서 나는 '꽃미남'이라는 말 보다는 그런 신조어가 좋다"고 전했다.
비는 유쾌했다. 그리고 자극을 주는 친구 같았고 더 많은 활약을 해줬으면 하는 기대와 그런 기대를 걸어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듬직한 스타였다. '가진 자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여유'라는 것이 있다. 비는 그 여유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늘 다른 모습으로 곁에 있었던 비, 그는 '파도파도 깊은, 뭔가 좋은 것이 있는 깊은 골이 있고 그 골을 또 파도 또 다른 골이 나오는 것'이 '레이니즘'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 골은 사람들을 흥분시켰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대로라면, 그리고 눈 앞에서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 그가 만들어내는 골이라면 언제까지나 그 '레이니즘'에 빠져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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