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빠른 스윙으로 톱타자 역할 충실히 하겠다" 경기 전 훈련을 제외하면 이종욱(28.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은 항상 더러워져 있다. 워낙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도루 성공 후 벨트 근처를 매만지며 묻은 흙을 털어내는 모습은 이제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다. 올시즌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122경기에 출장, 3할1리 28타점 47도루(2위)를 기록한 이종욱은 시즌 내내 잔부상을 달고 다닌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베이스 러닝 도중 골반 및 허리 부위에 부상을 입기도 했고 슬라이딩 후 왼손 부위에 부상을 당하는 등 이종욱은 연이은 잔부상 속에 2008시즌을 보냈다. 15일 잠실 구장서 훈련에 몰두하던 이종욱은 열흘 이상의 휴식기를 가졌기 때문인지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오른발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발 뒷꿈치만을 들어 흐트러지지 않는 타격 밸런스를 보여주었고 타구는 족족 배트 중심에 맞아나가며 안타성 타구를 양산했다. 김광림 타격코치는 이종욱에 대한 질문에 "휴식기 동안 타격 밸런스가 제자리를 잡아 갔다. 때려내는 타구들이 굉장히 좋아 포스트 시즌에 기대할 만하다"라고 밝혔다. 김경문 감독 또한 "이종욱과 오재원(23) 등 테이블 세터 요원이 찬스를 만들어줘야 선취점을 쉽게 따낼 수 있다. 이종욱의 활약이 꼭 필요하다"라며 굳건한 믿음을 보여주었다. 사실 이종욱의 몸 상태는 완벽하다고 보기 힘들다. 잔부상 치레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을 뿐더러 지난 시즌 겪은 탈장 증세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남성형 탈장 증세의 경우 순발력을 요하는 동작에서 허벅지 근육 쪽으로 돌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종욱의 플레이 스타일을 감안하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에 대해 이종욱은 "탈장의 경우는 수술하면 재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수술했다가 재발 가능성 때문에 조심조심 뛰는 것보다는 그냥 지금처럼 열심히 뛰는 것이 낫다"라며 참고 뛰겠다고 밝혔다. 잦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인해 겪은 탈장 증세인만큼 이전처럼 똑같이 플레이스타일을 가져가겠다는 말과 같았다. 이종욱은 훈련서 시종일관 짧고 빠른 스윙으로 타격에 임했다. "지난해 말에 큰 타구가 많이 나와서 자기도 모르게 스윙이 커졌고 결국 시즌 초반에 '말려 버렸다'. 이제 장타 욕심 없이 내가 해야 할 타격에만 충실하겠다"라고 이야기 한 이종욱은 군더더기 동작을 줄여 나가면서 공을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톱타자의 출루 능력은 경기의 승패와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잇단 잔부상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이종욱이 포스트 시즌서 제 역할을 확실하게 해낼 수 있을 지 팬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