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의 신화는 끝난 것일까. 한때 한국의 새로운 사령탑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던 브뤼노 메추(54, 프랑스) 감독에게 시련이 이어지고 있다. 메추 감독이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것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세네갈 대표팀을 이끌고 프랑스와 개막전에서 승리하는 등 승승장구한 끝에 8강에 오른 메추 감독은 새로운 명장 대열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특히 세네갈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세네갈 출신의 부인을 맞았을 뿐만 아니라 무슬림으로 개종하는 등 친화적인 면모를 보인 그는 잠재력을 살리지 못하던 제 3세계 팀들에게 하나의 희망이었다. 이후 메추 감독은 알 아인과 알 가라파를 이끌고 각각 아랍에미리트연합(UAE)리그와 카타르리그를 평정해 클럽 감독으로서도 충분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메추 감독은 한국의 새로운 사령탑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2006년 UAE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메추 감독은 지난 2007년 걸프컵에서 우승하면서 명장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메추 감독의 화려한 시절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 5조에서 2승 2무 2패 승점 8점을 기록해 조 2위로 아슬아슬하게 최종 예선에 진출한 메추의 UAE에 최종 예선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한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북한과 2조에 속한 UAE는 단단한 수비와 수바이트 카터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정교한 세트 피스가 장기였으나 홈에서 북한에게 자책골을 내주는 등 불운 끝에 1-2로 패하며 시작부터 엉망이 되고 말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카터가 정교한 코너킥으로 선제골을 터트렸음에도 불구하고 내리 두 골을 내주며 패한 후 메추 감독은 스스로 UAE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여기가 악몽의 끝은 아니었다. UAE를 떠난 후 카타르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하며 책임 없는 행동이란 비난을 받았던 메추 감독은 지난 15일 호주에 0-4로 대패하며 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최근 카타르가 최종 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물리치고 바레인과 비기며 상승세였다는 점을 고려해 '더 이상 메추는 없다'는 평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메추 감독의 지난 화려한 시절을 고려하면 최근의 추락은 일시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추 감독이 짧은 기간 동안 잦은 자리바꿈으로 외국 언론으로부터 '철새'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의 신화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