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작가'라는 별명과는 거리가 먼 믿음직한 투구였다. 두산 베어스의 '미스터 게임오버' 정재훈(28)이 포스트 시즌 첫 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정재훈은 16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3-4로 뒤진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마운드에 올라 2⅔이닝 1피안타(탈삼진 2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프로 데뷔 이후 포스트 시즌 첫 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장작을 모으듯 사사구를 내주며 상대 타자들을 출루시키던 모습 또한 없었다. 정재훈의 2008시즌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해다. 그동안 팀의 주전 마무리로 활약하면서도 위기 상황을 자초, 아슬아슬한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정작가', '아스트랄 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정재훈은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결국 지난 7월 하순 2군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재훈이 이제 침체기를 걷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2군 생활을 겪고 돌아 온 후반기의 정재훈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선발로 세 경기를 소화했던 정재훈은 연속된 호투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이 "투수진을 총동원하면서 정재훈 만이 아닌 다른 투수들도 마무리 보직에 기용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긴장감과 각오도 그의 공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경기 후 정재훈은 "평소와 다르게 투구 밸런스에 변화를 준 데도 이유가 있겠지만 채상병(29) 선배의 투수리드가 워낙 좋았다"라며 승리의 공을 포수 채상병에게 먼저 돌렸다. 이날 정재훈은 페넌트레이스와는 정반대와 마찬가지 식의 볼배합과 코너워크 방식을 보여주며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다음 시즌부터는 정재훈을 선발로 전환하는 데 대해서도 고려 중이다"라는 김 감독의 발언에 정재훈은 "팀에서 어떤 보직을 맡기던지 열심히 하겠다"라며 인터뷰실에 웃음을 자아냈다. farinelli@osen.co.kr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6일 잠실 야구장에서 벌어졌다. 두산의 세번째 투수 정재훈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잠실=손용호 기자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