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의 '순정만화', 영화로도 성공할까
OSEN 기자
발행 2008.10.17 09: 11

[OSEN=손남원의 영화산책]인기 만화가 강풀(34, 강도영)이 드디어 자신의 대표작을 들고서 영화 흥행 3수에 도전한다. 보면 볼수록 아련한 향수와 애틋한 정에 눈물 짓게 만드는 그 순정만화 '순정만화'다. 만화 속 이미지를 빼다박은 듯한 출연진은 어렵게 완성한 퍼즐 모양이다. 유지태와 이연희 채정안 강인의 2남 2녀로 구성된 두 커플은 '순정만화'의 두 커플과 판박이니까. 수줍은 서른 살 노총각 연우 역의 유지태는 배역 그대로 겉모습만 성장한 순수 소년으로, 이연희는 그런 연우를 짧은 말로 압박하는 터프한 여고생 수영 역으로 나섰다. 실연의 아픔을 간직한 연상녀 하경 역의 채정안과 그런 연상녀를 대책없이 쫓아다니는 연하남 고교생 강숙 역의 강인 커플도 풋풋한 사랑 내음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강풀 화백은 서울 고덕동 주택가 일대의 촬영장을 깜짝 방문해 제작 및 출연진을 응원하는 등 이번 '순정만화'의 영화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연재 후 총 페이지뷰 6000만, 1일 평균 200만에 모두 50만 리플 등의 진기록을 세웠던 그의 대표작이 바로 '순정만화'다. 또 '타짜' '식객' 등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빅히트를 계속중인 대선배 허영만 화백과 달리 그의 전작들이 영화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도 '순정만화'에 더 관심을 쏟게된 배경으로 보인다. 2006년 공포물 '아파트'에 이어 최근에는 최루성 멜로 '바보'가 개봉했지만 원작 만화의 인기에 미치지 못했다. 왜일까? 웃기고 울리다 다시 웃기고, 끝내는 눈물을 쪽 빠지게 만드는 만화 원작의 감정 곡선이 영화 속에서 살아 숨쉬질 못했기 때문이다. 차태현 하지원, 두 톱스타의 출연으로 크게 기대를 모았던 '바보'가 그렇다. 고소영의 '아파트' 때보다는 한층 더 원작의 분위기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관객들의 눈에는 2% 부족했다. 원작의 주된 줄거리와 잔가지 에피소드까지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담았지만 그 느낌 그대로 살아나질 않았다. 바보 승룡(차태현)과 피아니스트 소꼽친구 지호(하지원)의 멜로 라인도 어딘가 허전하고 주변 인물들은 조금씩 겉돌았다. 강풀 순정만화의 특징은 하나의 기본 줄거리를 타고 서로 얽히고 설킨 사연의 캐릭터들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인간미 풀풀 풍기는 삶을 보여주는 데 있다. 여기서 작가의 속내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주인공들의 독백과 회상, 그리고 마음 속 감정들을 정감있는 그림에 담아 독자에게 전달되는 데 기존작들은 이런 장점들을 제대로 스크린에 담아내질 못한 셈이다. '순정만화' 편집본을 미리 시사한 '8월의 크리스마스' '행복'의 허진호 감독은 "한 마디로 잘 찍은 멜로 영화다. 재밌게 봤다"고 칭찬을 던졌다. 인터넷 연재만화로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강풀이 3번째 영화 도전에서는 흥행 대박을 터뜨릴수 있을 지에 충무로의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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