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첫 관문을 보란듯이 열어젖혔다. 두산은 16일 잠실구장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4로 승리했다. 4점을 먼저 내줬지만 추격 끝에 동점을 이뤘고 8-4로 역전승에까지 성공했다. 공격에서는 11안타를 집중시켰고 수비도 깔끔했다. 이를 바탕으로 준플레이오프를 싹쓸이, 상승무드를 타고 있던 삼성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이날 두산은 7전 4선승제 중 1승을 거둔 것 외에 또 다른 의미의 승리를 안았다. 우선 이날 두산 타자들은 모두가 활짝 웃을 수 있었다. 타자들은 안타, 득점, 타점 등 실질적으로 팀에 기여한 공격 포인트를 9명이 골고루 나눠가졌다. 테이블 세터인 이종욱, 오재원은 각각 3안타 1득점 1타점, 2안타 2득점 1타점으로 밥상을 차려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오재원은 김 감독이 직접 팬들에게 "지켜봐달라"고 요청한 선수였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클린업 트리오로 나온 김현수, 김동주, 홍성흔은 이날 단 1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김현수는 2볼넷 2득점, 김동주는 1타점, 홍성흔은 2타점으로 확실하게 팀을 생각하는 타격을 했다. 김현수는 볼넷으로 팀의 찬스를 이었고 김동주는 우익수 플라이 3개 중 2개는 주자를 한 베이스씩 가게 했고 마지막 1개로는 이종욱의 결승득점을 이끌어내는 희생플라이를 쳐냈다. 고영민은 안정된 수비와 함께 1안타 1득점 1타점으로 고른 활약을 펼쳤고 하위타선인 이대수(2안타 1타점), 채상병(1안타 1득점), 전상렬(2안타 1득점)은 공격의 맥을 상위타선으로 잘 이어갔다. 김경문 감독은 대타나 대수비 없이 9명의 타자를 교체없이 끝까지 뛰게 했다. 투수도 4명만 나와 효과적으로 던졌다. 이를 통해 두산은 6~7차전에 대비한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가능해졌다. 게다가 김 감독은 별다른 작전 노출도 없이 선발 라인업의 효과적인 배치만으로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선발 김선우에 대해 "공은 나쁘지 않았다"면서 "교체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주심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을 뿐이다.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아 다음 선발 등판 간격이 줄어들었다"고 신뢰감을 표시했다. 이날 두산에서 유일하게 눈총을 받은 김선우에 대한 배려였다. 결국 두산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1차전을 통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웃을 수 있었다. 승리하든 패하든 경기마다 한 명 이상씩 낙담하는 선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날 만큼 두산에서는 낙담하는 선수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