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허용으로 빛을 잃었으나 분명 주목할 만한 타구였다. 2년차 전천후 내야수 오재원(23. 두산 베어스)이 이틀 연속 귀중한 적시타를 때려내며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오재원은 17일 잠실 구장서 열린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전에 2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 3회 1사 2,3루서 상대 선발 존 에니스(29)로부터 2타점 우중간 3루타를 뽑아냈다. 비록 팀이 7회 3실점으로 3-4 역전을 허용하는 바람에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가운데로 몰린 공을 그대로 때려 낸 오재원의 재능은 주목할 만 했다. 오재원이 내려찍는 듯한 스윙으로 터뜨린 선제 3루타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삼성 외야진은 오재원이 장타를 때려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평소보다 시프트를 앞으로 당긴 전진 수비를 펼쳤다. 잘 맞은 타구라도 수비 위치를 앞으로 당기면 범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아래 발휘된 전략이었다. 그러나 오재원의 방망이는 삼성의 전략을 보기 좋게 비웃었다. 에니스의 초구가 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휘둘러 버린 오재원의 타구는 공과 배트의 반발력에 힘입어 외야 우중간을 시원하게 가른 뒤 펜스까지 굴러갔다. 그 사이 오재원은 3루까지 안착하며 두 명의 선행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사실 오재원은 김광수 수석코치와 김광림 타격코치로부터 자주 지적을 받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방망이가 나가기 전부터 어깨가 열리는 동시에 다리가 앞으로 쏠린다는 지적도 받았고 이따금씩 나오는 어퍼 스윙에도 코칭스태프의 일침이 이어졌다. 특히 김 수석코치는 "타격 시 오른발을 들었다가 내딛고 있는데 그 위치가 서로 다르다"라며 '거포 본능'을 보이려는 오재원에 대해 애정어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오재원이 제대로 된 타격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 이후였다. 타격시 방망이와 공이 직선에 가까운 스윙을 보여주며 범타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던 그는 휴식기 이후 배트를 쥔 양손을 왼쪽 귀에 가깝게 올렸다. 타격 시 딛는 발의 위치까지 수정하며 공에 힘을 싣는 데 중점을 기울인 오재원은 9월 한 달간 3할2푼2리(59타수 15안타) 6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당사자 오재원은 그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자주 폼을 바꾸긴 했는데 결과가 좋아 기분도 좋다"라고 이야기 한 그는 "따로 무엇을 의식하면서 바꿔 나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며 단순한 답변을 선보인 뒤 새 배트를 손에 쥐고 힘을 가했다. 마치 페넌트레이스서 김현수(20)가 자주 이야기 한 답변과도 비슷했다. 코칭스태프의 신임 아래 '깜짝 발탁' 기회를 잘 살려낸 오재원. 기대를 희망에서 점점 현실로 바꾸고 있는 그의 방망이가 플레이오프서 빛을 발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회말 1사 2,3루 두산 오재원이 우중간 선취 2타점 3루타를 날리고 환호 하고 있다./잠실=윤민호 기자 ymh@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