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별곡’ ‘이산’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 최근 유행처럼 번졌던 ‘정조시대’ 드라마물들이다. 이들 작품 속 정조시대는 제작진의 시각에 따라 각기 다르게 조명되고 재해석됐다. 이 유행에 가담하고 있는 작품 중에 ‘바람의 화원’도 있다. 스토리를 이끄는 주된 인물은 아니지만 ‘바람의 화원’ 속 정조와 정순왕후, 그리고 홍국영은 분명 이야기의 흐름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조시대 드라마의 삼각구도는 정조와 그를 음해하려는 정순왕후, 그리고 그로부터 정조를 보호하려는 홍국영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바람의 화원’ 속 모습은 약간 다르다. 세 인물의 갈등구조보다는 이들이 통치하는 세상 속 문화예술인들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의 화원’에서 돋보이는 정조의 모습은 ‘문화군주’다. 학문과 문화로 한 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의 모습으로 어필한다. 이 같은 군주의 모습은 정조시대에 천재 예술인들이 넘쳐날 수 있었던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은영 작가는 “예부터 좋은 지도자는 인재를 아낀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천재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게 한 정조야말로 진짜 천재였다고 생각 한다”며 “정조는 ‘문화’를 이용해서 우아하고 지적인 통치를 했던 인물 같다. 특히 ‘바람의 화원’은 화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타의 정치 드라마와는 다르게 정조가 ‘문화’를 통해 어떻게 백성들을 통합하고 다스렸으며, 반대파의 공격을 얼마나 지적이고 우아하게 압도했는지 보여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조대왕의 계조모인 정순왕후는 ‘사랑을 기다리는 여인’으로 그려진다. 15세의 꽃다운 나이에 66세의 왕에게 시집가야 했던 정순왕후를 한 명의 여인으로 봤다. 사랑을 알지 못하고 정치와 권력싸움의 중심에 서야 했던 불행한 여인으로 정순왕후의 내면세계를 그리고 있다. 1회에서 정순왕후가 미지의 한 남자와 만나는 장면은 ‘바람의 화원’을 이끄는 핵심 모티브가 됐다. 이은영 작가는 “신윤복, 김홍도라는 두 천재 화가가 시대와 싸우면서 그려낸 그림이 바로 ‘인간의 솔직한 욕망’을 잡아낸 것이기 때문에, ‘바람의 화원’에서의 정순왕후도 이런 맥락에서 묘사된 것이다. 그러니 이 부분은 역사적 사실과 혼동하는 일이 없으시기를 거듭 당부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정조의 최측근인 홍국영은 문화군주 정조의 정책적 동반자로 묘사된다. 개인적 욕심으로 정사를 좌지우지하기 전까지 순수했던 홍국영의 모습으로 정조의 오른팔이 된다. 이은영 작가는 “정조의 최측근으로서 정조의 뜻을 따르지만, 신분이 낮은 중인이면서도 정조와 우정을 나누는 김홍도, 신윤복에게 묘한 질투심도 느끼게 되는 인물로도 그려질 예정”이라고 밝혀 홍국영의 여러 모습을 보는 재미가 색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작가는 이들 세 인물에 대해 “장기판의 왕이 자주 움직이거나 직접 다른 말을 잡아먹지는 않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장기판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처럼 ‘바람의 화원’에서 정조와 정순왕후, 홍국영도 그런 인물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00c@osen.co.kr ‘바람의 화원’ 속 정조(배수빈 분)와 정순왕후(임지은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