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한국영화에 남긴 교훈은?
OSEN 기자
발행 2008.10.19 09: 22

[OSEN=손남원의 영화산책]저예산 독립영화 ‘원스’의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한 이 음악영화가 드디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입성한다는 소식이다. '원스'는 시작은 초라했으나 끝은 창대한 영화의 전형을 보여줬다. 존 카니 감독의 이 아름다운 음악 영화에는 글렌 한사드, 마케타 잉글로바 등 어느 나라 관객들에게도 낯설은 무명 배우들만 등장한다. 제작비도 1억5천만원 안팎으로 국내 장편 상업영화 제작비의 2~4%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스'가 전세계 흥행에서 보여준 성과는 눈부셨다. 단순히 제작비 대비 매출액만을 따진다면 역대 흥행 순위 톱10안에 들어갔을 성적이다. 고작 수십만명 관객 동원을 기록했던 한국 수입사도 마찬가지 측면에서 고수익의 기쁨을 한껏 누렸다. 평균 30억원대의 높은 제작비로 인해 200만명 관객을 동원하고도 적자에 허덕이는 국내 영화사들 입장에서는 저절로 부러움과 질시의 한숨을 내뱉게하는 대목이다. 결국 '원스'는 지난 2월 25일(한국 시간) 미국 LA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폴링 슬로우리(Falling Slowly)’가 주제가상을 받는 것으로 화룡점정을 하는 듯했다. 한 편의 독립영화가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차지한 기쁨을 제작 및 출연진은 맛보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나 단 맛은 아직 다 빠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토니상 수상경력의 유명 프로듀서 존 하트 주니어와 제프 사인 등이 '원스'의 뮤지컬 공연 판권을 사들여 2010-2011 시즌에 브로드웨이 공연에 나선다고 발표했기 때문. 영화의 성공이 반드시 브로드웨이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원스'의 경우 가능성은 충분하다. 가난한 두 남녀가 음악을 통해 의사 소통하는 '원스'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스토리, 현대 사회의 복잡함을 잊게하는 단순하고 감미로운 음악, 더블린의 거리 악사와 체코 이민자 여성이 펼치는 풋풋한 내음의 러브 라인 등 브로드웨이 관객에게 어필할수 있는 매력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다. '원스'의 성공은 새삼 주연 남녀 글렌 핸사드와 마케타 잉글로바의 아카데미 수상 소감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와 있게 됐을까요. 이 영화는 2년 전에 만들었습니다. 2개의 핸디 캠으로 찍었고 3주 만에 10만 달러로 찍어서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상을 탈 줄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예술은 위대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습니다.”(글렌 핸사드) “저희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가 이번 상을 수상하면서 여러분들이 꾸는 꿈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서로 다른 배경과 서로 다르다고 할지라도 꿈을 가지고 정진해 가는 것이 모두를 연결시켜주는 고리라고 생각합니다.”(마케타 잉글로바) 톱스타 캐스팅에 목을 매는 충무로 투자자와 제작사들이 눈여겨 보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영화가 바로 '원스'인 듯싶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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