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포스트시즌 승패는 '걸어나가는 능력'에 달렸다
OSEN 기자
발행 2008.10.20 11: 39

'걸어서 나가라'. 2008 포스트시즌은 걸어나가는 능력에 따라 사실상 승패가 갈리고 있어 흥미롭다. 삼성은 지난 1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두산(13개)보다 4개가 적은 안타(9개)를 기록했지만 6-2로 승리, 1패 뒤 연승을 달렸다. 박석민의 선제 2루타와 최형우의 쐐기 3점포가 결정적인 승리의 요인이었다. 하지만 선취점과 쐐기점의 시작은 볼넷에서 비롯됐다. 3회는 강봉규, 6회는 신명철이 각각 볼넷을 골라내 찬스를 열었다. 이날 삼성은 3개의 사4구를 얻어냈는데 이 중 2개가 득점과 연결됐다. 삼성은 지난 17일 7-4로 승리한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걸어나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0-3으로 뒤진 4회에만 4개의 볼넷을 얻어 득점까지 연결, 본격적인 추격의 시동을 걸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이 승리한 것도 역시 0-4로 뒤진 4회 무사 1루에서 김현수가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상대 선발 배영수를 흔들어 놓은 것이 역전승의 발판이었다. 4-4로 맞선 7회에는 이종욱, 오재원, 김현수가 나란히 3연속 볼넷을 얻어낸 것이 승리를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준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 삼성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개, 2차전에서 8개, 3차전에서 9개의 사4구를 각각 얻어냈다. 반면 롯데는 빠른 공격 타이밍으로 1~2차전에서 1개씩, 3차전에서는 4개의 사4구를 얻는데 불과했다. 결국 볼넷, 고의사구, 몸에 맞는 볼 등을 얼마나 얻어내 찬스를 열어가는가가 사실상 승패를 가른 셈이다. 이런 현상은 포스트시즌 들어 정규시즌보다 좁아진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시즌의 1년 농사를 판가름하는 포스트시즌인 만큼 오심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심판들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송하다 싶은 것은 거의 모두 볼로 선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집중력과 정신무장으로 가을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던 공이 볼로 판정받으면 멘탈이 흔들리고 곧 공의 위력과 직결돼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볼넷으로 출루시키는 것은 안타를 맞는 것보다 투수에게 충격이 더하다. 발 빠른 주자라면 타자에 집중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 삼성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포스트시즌 스트라이크 존'을 잘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두산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무려 6개의 사4구를 얻어냈지만 2득점에 그쳤다. 결국 걸어나가서 얻은 찬스를 득점과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까지 더해질 때 비로소 완벽한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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