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을 내고 이겼는데 덕아웃에 이렇게 경기를 지켜봐야 하나".(두산 김경문 감독) "비록 졌지만 3명의 투수만 썼기 때문에 5차전은 재미있을 것".(삼성 선동렬 감독) 승장과 패장의 인터뷰 내용이 상반됐다. 두산 김경문 감독이 이끈 두산은 2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역대 포스트시즌 기록과 타이를 이룬 21안타를 집중시킨 끝에 12-6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플레이오프 전적에서 2승 2패를 이루며 서울로 올라가 대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반면 선동렬 감독의 삼성은 1회부터 선발 이상목이 5실점하며 무너져 홈인 대구에서 끝낼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승리한 감독과 패한 감독의 멘트는 오히려 상반됐다. 김 감독은 인터뷰장을 들어오면서 "6차전까지 갈 수 있게 됐다. 오늘 지면 또 연속해서 질까봐 조마조마했다"며 "10점을 내고도 덕아웃에서 이렇게 불안에 떨어야 하나"라며 자조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또 "많은 안타와 점수를 냈지만 선수들이 빨리 잊고 내일 경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2회초까지 6-0으로 여유있게 앞서고도 선발 김선우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회 1실점한 김선우는 3회에도 1사까지 2실점했고 주자는 계속 1사 2, 3루로 위기를 맞았다. 결국 정재훈을 조기에 투입, 삼성의 타선을 막아내야 했다. 이에 김 감독은 "선우가 지난 16일 1차전보다 좋지 않았다. 그 대는 공을 때려 코스에 들어갔지만 오늘은 던지는 순간 빠지는 느낌이었다"며 "방망이가 좋아 점수를 내면서 6회까지 끌고 갈 생각이었지만 계속 두면 쫓기는 분위기였다. 선우를 일찍 내려 아쉽다"고 말했다. 또 "6~7차전까지 가야 할텐데 선발 없는 가을잔치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내년에는 선발을 키우든지 데려오든지 해서 가을잔치를 좀더 재미있게 하고 싶다"며 "내일도 랜들이 오래간다는 보장이 없다" 강조했다.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임태훈을 올린 것은 많이 쉬게 한다해서 좋은 것 아니란 것 알았다.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한 김 감독은 "홍성흔이 전날 바가지 안타를 때린 후 타격감이 살아났다. 안맞던 타자들도 쳐줘 타격에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고 말해 폭발력을 갖춘 타선에 기대를 걸었다. 선 감독은 "이상목이 1회 5실점하는 순간 어렵지 않나 생각했다"고 짧막하게 경기를 평했다. 그러나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고 마지막에 점수까지 뽑았다"며 "3명의 투수가 베테랑답지 않은 투구를 했지만 3명의 투수만 투입한 만큼 중간 투수들이 쉴 수 있었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 선 감독은 "타자들이 좋은 만큼 내일은 5점 이상이 날 것 같다"며 "내일 선발인 배영수가 막아준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letmeout@osen.co.kr 김경문-선동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