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되었으나 너무나 많은 득점이 나왔다. 두산 베어스가 20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 총 21안타로 12득점하는 파괴력을 선보이며 12-6 대승을 거뒀다. 두산 타선은 이날 경기서 포스트 시즌 1경기 타격 기록을 상당 수 갈아 치우는 괴력을 과시했다. 1회초에만 5득점으로 플레이오프 신기록을 달성한 데 이어 1회부터 6회까지 모두 득점에 성공하며 연속 이닝 득점(종전 5회 연속) 기록마저 경신했다. 포스트 시즌 역대 11번째 선발타자 전원 안타 및 1경기 팀 최다 2루타(7개) 기록 또한 두산의 몫이 되었다. 그러나 방망이가 대폭발한 경기 다음에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타이밍의 굴레'에 빠져 팀 전체의 타격감이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안타를 많이 친 경기였다. 이것을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서 이길 수 있도록 선수단에 집중력을 불어 넣겠다"라며 기쁨보다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삼성이 20일 경기서 투입한 투수들은 모두 베테랑들이었다. 선발 이상목(37)에 좌완 전병호(35), 우완 조진호(33) 등은 모두 30대 중반의 투수들로 삼성이 자랑하는 필승 카드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들이었다. 선동렬 삼성 감독 또한 19일 경기 후 4차전 승리에 큰 의미를 갖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1선발 배영수(27)가 출격하는 21일 5차전에 비중을 두었다. 적시타를 좀처럼 때려내지 못했던 타자들이 안타를 신고했다는 점은 두산이 웃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그러나 자칫 4차전 대승에 만족했다가는 삼성이 놓았던 덫에 걸려들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기도 하다. 삼성은 4차전서 베테랑 3명으로 경기를 치르며 굴욕 속에서도 투수진에 휴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구위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선수들에게는 다른 전략으로 다가가야 하는 부담을 안은 두산이다. 여기에 두산은 12점이나 뽑고도 안심하지 못하며 승리 카드 중 한 명인 임태훈(20)까지 투입했다. 임태훈은 2이닝 동안 28개의 공을 던진 만큼 5차전서 등판 기회를 갖더라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에 무리가 있다. 5차전 선발로 나설 맷 랜들(31)의 직구 구위 또한 예년만 못한 만큼 타선 지원이 더욱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대구 원정서 초공격, 말수비를 치르는 두산인 만큼 부담감은 삼성보다 더한 상황이다. 선발 배영수를 무너뜨린다고 해도 삼성은 '만능 키트' 정현욱(30)을 필두로 권혁(25), 안지만(25)에 마무리 오승환(26)까지 보유한 '계투의 팀'이다. 4차전 등판한 베테랑 3인에 비해 더욱 뛰어난 직구 구위를 자랑하는 젊은 투수들을 상대로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두산 타선이 대량 득점의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