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2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PO 4차전에서 6-12로 대패했다. 선발 이상목(1이닝 5실점), 전병호(4이닝 4실점), 조진호(4이닝 3실점) 등 베테랑 마운드 삼총사가 21안타를 얻어 맞으며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선동렬 삼성 감독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가 넘쳤다. 이날 경기 전 "2승 1패로 여유부릴 수 없다. 잠실까지 가야 하지 않겠냐"는 그의 말처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뜻. 2승 2패 승부는 원점이지만 선 감독이 미소를 잃지 않는 두 가지 이유는 화끈한 공격력과 에이스 배영수를 비롯한 탄탄한 계투진. 선 감독은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도 좋고 컨디션이 괜찮다. 이번 시리즈에서 5점 이상은 충분히 뽑아낼 수 있을 만큼 내일(21일)은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은 1회 5점을 헌납한 뒤 7,8회를 제외한 매 이닝마다 실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큰 점수 차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타자들의 모습은 단연 돋보였다. 5-12 승부가 결정된 9회말 마지막 공격 때도 신명철의 우익선상 2루타와 양준혁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서 채태인의 우전 적시타로 1점을 추격했다. 특히 갈비뼈 부상에서 회복한 박석민의 가세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지난 19일 3차전에서도 박석민은 3회 선제 2타점 2루타를 터트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두산이 5회 1점을 따라 붙자 6회 최형우가 쐐기를 박는 3점 아치를 쏘아 올리며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가을의 사나이'로 떠오른 신명철의 신명난 방망이도 선 감독을 미소짓게 만든다. 선 감독은 "5차전 선발 배영수가 경기 초반에만 상대 타선을 막으면 경기가 잘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올 시즌 팔꿈치 수술 후유증으로 9승 8패(방어율 4.55)에 그쳤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사자 군단의 에이스. 1차전서 3⅔이닝 5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주춤했으나 노련함이 돋보이는 배영수가 제몫을 다한다면 해볼만 하다. 특히 4차전에서 3명의 투수가 경기를 책임져 정현욱, 안지만, 오승환 등 특급 계투조가 출격 가능하다. 선 감독은 "오늘 3명의 투수만 등판했는데 전반적으로 베테랑답지 못한 실망스런 투구를 보였다"며 "3명의 투수만 나와 내일 배영수를 비롯해 많은 투수들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선 감독이 6-12 대패해도 웃을 수 있는 이유이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