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의 허리케인급 발언에 뒤집어진 일본 야구판
OSEN 기자
발행 2008.10.23 16: 10

이치로(34. 시애틀 마리너스)의 한마디에 일본 야구판이 뒤집어졌다. 일본 프로야구계가 내년 3월에 열리는 프로야구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 출전할 대표팀 감독 인선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치로의 발언에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치 일본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이치로 발언의 요지는 “WBC는 올림픽 설욕의 무대가 아니다. 최강 팀을 만든다고 하면서도 현역 감독을 선택하는 일이 힘들어지고 있다. 진심으로 최강 팀을 만들려고 하지 않고 있다”며 호시노 센이치(61)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재추대론에 급제동을 걸었다. 지난 15일에 열렸던 WBC1차 체제검토회의에서 나온 ‘현역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것은 어렵다’는 흐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이치로의 쓴소리에 대해 일본야구기구(NPB) 커미셔너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오사다하루(왕정치. 68) 전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은 “이치로의 발언은 그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2차 체제검토회의(27일)에서 다른 제안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며 변화된 태도를 보였다. 급기야 호시노 전대표팀 감독은 22일 비판적인 여론을 고려해 “내가 (지휘봉을)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밝혔다. 호시노 전 감독은 자신의 결심을 ‘이미 오사다하루 고문에게 전달 한 듯하다’고 23일치 가 보도했다. 이같은 호시노 전 감독의 고사에 따라 일본 대표팀 감독 인선은 백지상태로 되돌아갔다. 결과적으로 이치로의 발언이 허리케인급으로 휘몰아쳐 가장 유력했던 감독 후보 한 명을 낙마시킨 셈이 됐다. 이치로의 발언에 일본 프로야구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자못 역설적이다. 베이징올림픽 야구종목에서 금메달을 노렸으나 입상조차 하지 못하고 참패했던 일본은 제2회 WBC대회에서 여보란 듯이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라 그네들의 실력을 과시해보겠다는 야심에 불타고 있다. 그 마당에 호시노 전 감독에게 다시 기회를 주자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면서 대세론으로 흘러가자 이치로가 작심하고 전면에 나서서 비판의 화살을 날린 것이다. 일본 야구계가 이치로의 한마디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그를 대표팀 핵심타자로 뽑아 성적을 올려야하는 현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2006년 제1회 WBC대회 때 오사다하루 감독의 지휘 아래 이치로가 팀의 구심점이 돼 우승 고지에 올랐던 사실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치로는 이미 WBC 출전과 관련, “다시 한번 세계를 제패하고 싶다. 일본대표 유니폼을 입는 것은 최고의 영예”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게다가 대표팀 감독 선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오사다하루 고문 역시 이치로를 크게 신임하고 있는 터여서 그의 발언에 더욱 힘이 실린 형국이다. 일본 자국내 선수들 가운데 올림픽에도 출전했던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강타자 아오키 같은 선수는 “WBC는 올림픽 설욕이 아닌 별개의 대회”라고 이치로의 주장에 동조하는 태도도 보였다. 한국도 WBC 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이런 저런 의견이 난무하고 있는 와중이어서 이웃나라의 티격태격이 은근히 관심을 끌게한다. chu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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