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아쉬운 패퇴, 그러나 알찬 한해
OSEN 기자
발행 2008.10.23 22: 46

아쉬운 패퇴, 그러나 알찬 한 해 였다. 삼성 라이온즈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5로 패하며 올 시즌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삼성은 오른쪽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한 '에이스' 배영수(27)의 복귀, 지난해 한화에서 뛰었던 '크루즈 미사일' 제이콥 크루즈(35)를 영입,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도전했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지난 1월 시즌 첫 훈련에 앞서 "8개 구단 최고의 중심 타선을 구축했다"고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기대보다 실망이 컸다. 돌아온 배영수는 수술 후유증으로 9승을 따내는데 그쳤고 지난해 22홈런을 쏘아 올린 크루즈는 똑딱이 타자로 전락, 시즌 초반 퇴출 통보를 받았다. 웨스 오버뮬러(34), 톰 션(31), 존 에니스(29) 등 외국인 투수도 함량 미달. 오른손 거포 심정수(33)와 홀드왕 출신 권오준(28)이 부상에 허덕이며 전력 누수를 가져왔고 양준혁(39), 박진만(32)도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며 지난해 활약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타선의 세대 교체 성공, 윤성환의 선발 연착륙과 정현욱의 선전은 올 시즌 최고의 소득. 지난해 홈런-타점 2관왕을 차지한 심정수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채태인(26), 최형우(25), 박석민(23)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채태인은 타자 전향 2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경찰청 출신 좌타자 최형우는 일찌감치 신인왕 타이틀을 예약했다. 박석민은 심정수 대신 4번 자리를 꿰차며 프랜차이즈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지난 시즌까지 계투 요원으로 뛰었던 윤성환은 올 시즌 선발로 전향, 데뷔 5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다. 우완 정현욱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10승 4패 11홀드(방어율 3.40)로 사자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삼성의 2008시즌을 희노애락으로 풀어 보았다. ▲희(喜) : 젊어진 사자 방망이 "이렇게 잘해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선 감독은 젊은 타자들의 활약에 한껏 고무된 듯 했다. 지난해 해외파 특별 지명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채태인은 타자 전향 2년 만에 좌타 거포로 성장했다. 그는 68경기에 출장, 타율 2할6푼6리 66안타 10홈런 42타점 32득점 1도루로 삼성의 주전 1루수로 자리매김했다. 방출 그리고 재입단의 우여곡절을 겪은 최형우는 전 경기에 출장, 타율은 2할7푼6리(384타수 106안타)에 머물렀으나 팀내 홈런(19)-타점(71)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신인왕은 따논 당상이다. 채태인과 최형우의 등장은 삼성의 '좌타 거포 부재'라는 숙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엽기 사자'라는 애칭을 얻은 박석민은 뛰어난 성적과 더불어 친근한 이미지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구고 출신 박석민은 양준혁, 이승엽, 배영수 등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2할7푼9리 116안타 14홈런 64타점 65득점 2도루. ▲노(怒) : 외국인 투수 잔혹사 '션(시원)하게 털려도 오빤몰라'. 올 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투수 오버뮬러와 션의 부진을 빗댄 표현이다. 선 감독은 외국인 투수 이야기만 꺼내면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올 시즌 외국인 투수 승수를 다 합쳐도 7승 밖에 안 돼". 빅리그 출신 오버뮬러는 17경기에 등판, 6승 8패(방어율 5.82)에 그쳤고 크루즈 대체 선수로 한국땅을 밟은 션은 7경기에 등판했으나 승리없이 6패(방어율 10.73)로 퇴출 통보를 받았다. 삼성은 오버뮬러와 션을 한꺼번에 퇴출시킨 뒤 존 에니스(29)를 영입, 4강 진출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앞선 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1승 3패(방어율 3.03)를 거둔 에니스는 자신의 기용에 대한 불만을 품고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선 감독은 "선발이 튼튼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올해 같이 선발이 불안하면 곤란하다"며 "3회 대량 실점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2005년 감독 부임 후 4점대 방어율(4.40)은 처음이었다"고 꼬집었다. ▲애(哀) : 주축선수 잇딴 부상 지난해 홈런-타점 2관왕을 차지하며 부활을 선언했던 심정수는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타율 2할3푼5리 16안타 3홈런 7타점 8득점에 그치며 결국 수술을 선택했다. '특급 잠수함' 권오준도 팔꿈치와 허리 부상으로 19경기에 등판, 승패없이 3홀드(방어율 4.32)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미국 LA 조브 클리닉에서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권오준은 내년 후반기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심정수과 더불어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했던 양준혁과 박진만도 각각 왼쪽 발목과 오른쪽 어깨 통증 속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 타율은 친다'는 극찬을 받았던 양준혁은 부상과 부진 속에 1할대 타율에 머무르며 데뷔 첫 2군행 통보라는 수모도 피할 수 없었다. 팀내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했던 톱타자 박한이(29)도 잘 나갈때마다 잔부상에 발목 잡혀 울상을 지었다. ▲락(樂) : 윤성환 정현욱 성장 지난 시즌까지 삼성의 특급 계투 요원으로 활약했던 윤성환은 올 시즌 선발 투수로 전향했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으나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0승 11패, 방어율 3.92)를 따냈다. 선발 전향에 성공한 윤성환은 내년 시즌 배영수와 삼성의 원투 펀치 역할을 소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병역 비리에 연루돼 지난해 8월 그라운드에 복귀한 정현욱은 11경기에 등판 승리없이 1패 1세이브(방어율 5.52)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 10승 4패 11홀드(방어율 3.40)로 삼성 마운드의 확실한 미들맨으로 자리잡았다. '정노예'라는 표현처럼 그의 혹사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체력 보강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부으며 세간의 논란을 잠재웠다. 선 감독은 "정현욱은 선수단 고과 1위"라고 말할 만큼 그의 활약을 추켜 세웠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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