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6차전] 김경문의 뚝심, 2년 연속 'KS행'을 이끌다
OSEN 기자
발행 2008.10.23 22: 48

태양(SUN)을 가린 달(MOON)의 '개기일식'이 잠실 구장서 벌어졌다. 한계점에 달한 듯한 순간에도 선수를 믿었던 김경문 감독의 뚝심이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두산은 23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6차전서 4-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2년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17일 2차전서 투수 9명을 동원하며 연장 14회 끝에 4-7로 패한 이후 3차전서도 2-6으로 패하며 수세에 몰렸던 두산이 3연승으로 시리즈 역전에 성공한 것은 김 감독의 고집과도 같던 '뚝심 야구'에 있었다. 플레이오프 시작 전 김 감독은 "2년차 내야수 오재원(23)이 플레이오프서 요주의 선수가 될 것이다. 설사 이번 플레이오프서 부진하더라도 다음 시즌 꼭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망주다"라며 공언한 바 있다. 물론 16일 1차전을 앞두고 "어린 선수에게 너무 부담을 준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라며 웃어 보이기도 했으나 김 감독은 이미 시즌 막판서부터 오재원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신예를 믿었던 김 감독의 전략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고영민(24)을 대신해 2번 타자로 나선 오재원은 6경기서 의 성적을 올리며 팀의 비상을 견인하는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시즌 말엽 타격 밸런스와 폼 수정에서 성과를 거둔 오재원을 눈여겨 본 김 감독의 눈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마무리가 아닌 롱 릴리프로 기용되며 로 활약한 정재훈(28)도 김 감독의 장기적인 전략 아래 바뀐 보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선수다. 지난 7월 30일 2군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시즌 성적 2승 2패 17세이브 평균 자책점 4.88로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마무리 정재훈은 2군으로 내려간 후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며 마무리로 한정되었던 자신의 역할을 조금씩 넓혔고 후반기서는 선발 투수로도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호투를 선보였다. 후반기 들어 자신감을 다시 탑재한 정재훈은 올시즌 3승 3패 18세이브 평균 자책점 3.23의 성적표를 받아든 뒤 플레이오프서 2승을 수확하며 '승리 카드'로 활약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선수에게도 그의 뚝심은 그대로 발휘되었다. 김 감독은 지난 21일 대구서 열린 5차전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⅓이닝 동안 4피안타(사사구 5개) 2실점으로 흔들렸던 이재우(28)를 9회말 까지 그대로 믿고 갔다. 무사 1,2루 실점 위기를 자초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임태훈(20)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7회 피안타 2개와 볼넷 3개로 2실점 후 2사 만루 위기까지 만들어냈던 이재우를 8,9회까지 밀고 나간 김 감독의 뚝심은 분명 눈여겨 볼 만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투수진이 전체적으로 피로했던 상태라 7회서 다른 투수를 조기 투입하기가 힘들었다. 이재우가 위기를 자기 힘으로 넘겨야 했고, 그 이후까지 던져줘야 했던 만큼 그대로 끌고 간 것이다. 과정이 안 좋기는 했지만 이재우가 추격세를 막아냈어야 했다"라며 5차전을 떠올렸다. 김 감독은 5차전 7회말서 직접 포수 채상병(29)의 근처로 다가가 이재우의 상태를 체크하는 등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혹자는 김 감독의 전술에 대해 '운이 많이 따르는 하급 전략'라며 폄하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뚝심은 철저한 계산과 상대 전적 등에 근거한 뒤 선수의 컨디션을 감안해 나온 것이다. 4차전 선발 우익수 겸 7번 타자로 나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유재웅(29)은 당시 상대 선발 이상목(37)에게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기에 발탁한 것이고 이재우는 정규리그 삼성 전서 7경기 11⅓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2홀드를 수확했다. 김 감독의 전략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를 믿고 출장시킨 뚝심은 분명 눈여겨 볼 만했다. '자기 선수'에 대한 믿음으로 2년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김 감독. 한국 시리즈를 겨냥하고 있는 그의 눈빛이 마지막 경기서 우승컵을 똑바로 응시하는 눈이 될 수 있을 지 자못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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