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국시리즈 제패'가 남았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취임 후 3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며 자신의 명성을 다시 한 번 드높였다. 김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23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삼성과의 6차전서 5-2로 승리를 거두며 상대 전적 4승 2패로 다시 한 번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와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지난해 한국 시리즈서 두산은 2연승 후 4연패 하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 상 최초의 '2&4 리버스 시리즈'의 패배자로 기록되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2004시즌 김인식 감독(현 한화 감독)에 이어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재임 5시즌 동안 단 한 차례(2006시즌)를 제외하고 매 시즌 팀을 포스트 시즌에 올려 놓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정수근(31. 전 롯데), 심재학(36. KIA 은퇴), 박명환(31. LG) 등 주축 선수들의 잇단 이적과 2004년 9월 프로야구계를 강타한 병역 파동 등으로 인해 선수층이 턱없이 얇아진 와중에도 이종욱(28), 고영민(24), 김현수(20) 등 새 얼굴들을 잇달아 발굴하면서 세대 교체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기염을 토했다. 김 감독은 지난 8월 막을 내린 베이징 올림픽서도 특유의 뚝심을 바탕으로 한국의 9전 전승 금메달을 견인하며 '명장' 반열에 우뚝 섰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두산을 강팀으로 이끈 김 감독은 이제 취임 후 첫 한국시리즈 제패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김 감독은 지난 2005년과 2007년 팀을 한국 시리즈에 올려 놓았으나 각각 삼성과 SK에 패퇴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시즌에 비하면 두산의 전력은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없다. 김 감독은 시즌 중 각 팀의 전력을 평가하면서 "롯데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선발진이 약화되어 전력이 좋아졌다고 보기 힘들고 SK 또한 주력 선수들의 힘은 전보다 약해진 것 같다"라며 4강권 팀들의 전력을 평가한 바 있다. SK는 주포 이호준(32)이 무릎 수술로 인해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으며 그를 대신해 1루수로 나섰던 박정권(27), 이진영(28) 등이 모두 부상으로 시즌 도중 전열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산 또한 다니엘 리오스(36. 전 야쿠르트)의 일본 이적과 2선발 맷 랜들(31)의 구위 저하 등으로 선발진이 취약해진 상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은 SK에 대해 "주전과 비주전 선수의 기량 차가 크지 않아 누수가 커보이지 않는다. 약해졌다고는 해도 승부처에서 쓸 데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법이 없는 SK가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다"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16승을 따내며 다승왕좌에 오른 김광현(20)과 승률왕(10승 2패, 8할3푼3리) 채병룡(26)에 무시할 수 없는 구위를 갖춘 케니 레이번(34)과 송은범(24) 등이 선발진에 배치된 SK에 비하면 두산 선발진은 한없이 약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산술적으로 10승 투수가 한 명도 없을 뿐더러 1선발 김선우(31)의 구위가 김광현의 그것을 압도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플레이오프서 삼성과 벌인 '투수 싸움'으로 야기된 체력적인 약점을 감안하면 두산의 한국 시리즈 제패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프로야구 대권에 도전하는 김경문 감독. 그가 2001시즌 선발 10승 투수 하나 없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던 김인식 감독의 길을 따를 수 있을 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