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시리즈 4차전서 '깜짝 호투'를 선보인 뒤 일약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으로 떠오른 김광현(20. SK 와이번스)이 이제는 에이스로 한국 시리즈에 나선다. 올시즌 16승(1위) 4패 평균 자책점 2.39(2위)를 기록하며 팀의 페넌트레이스 2연패를 이끄는 동시에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주역으로 활약한 김광현은 또다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한국 시리즈 쾌투를 노리게 되었다. 김광현의 올시즌 두산전 성적은 4승 1패 평균 자책점 3.31로 뛰어났다. 세부 기록 또한 큰 문제가 없었다. 두산전 6경기에 등판해 35⅓이닝을 소화했던 김광현은 볼넷 14개를 허용하기도 했으나 탈삼진 또한 31개를 수확하며 9이닝 당 탈삼진률(K/9) 7.90개를 기록했다. 두산 상대 피안타율 또한 2할3푼1리로 큰 흠을 찾기 어렵다. 선발 10승 투수를 배출하지 못한 두산 선발진의 무게를 감안한다면 김광현의 선발승은 눈앞에 있는 듯하다. 그러나 변수는 분명히 있다. 바로 페넌트레이스 때와 확연히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에 있다. 조종규 심판 위원장은 "더욱 세밀한 판정을 위해 스트라이크 존의 상하, 좌우 폭을 조금씩 줄인 감이 없지 않다"라고 이야기했으나 이를 직접 체감한 선수들의 경험담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두산 우완 김상현(28)은 포스트 시즌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묻자 "전체적으로 굉장히 좁아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몸쪽 높은 공이나 바깥쪽 낮은 공에 후한 편이었다면 지금은 더 작은 사각형이 되었다. 방송으로 본 일본의 스트라이크 존보다 더 좁아진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올시즌 타격왕(3할5푼7리) 김현수(20) 또한 "다 좁아졌다. 위아래나 양 옆 모두 여유가 없어진 스트라이크 존이라 플레이오프 초반 타격관에 다소 혼란이 왔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올시즌 탈삼진 1위(150개)에 오른 김광현인 만큼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은 그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광현의 주무기가 커브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 19일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 삼성 선발로 등판한 윤성환(27)은 직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뒤 2,3구서 커브를 구사하며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모습을 선보이며 5이닝 6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 귀중한 선발승을 따낸 바 있다. 당시 윤성환의 커브는 오른손 타자 쪽으로 향하다가 존 가운데를 향해 떨어지며 그 위력을 발산했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 커브의 떨어지는 각이 큰 김광현의 승리 가능성 또한 더욱 커진다. 다른 투수들에 비해 공을 놓는 포인트가 높은 김광현의 커브는 왼손 타자 몸쪽 높은 곳에서 득달같이 바깥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상대를 압도했다. 직구 구위 차이에 많은 영향을 받는 슬라이더나 체인지업과 다른 계열의 변화구인 커브는 김광현의 결정구로 손꼽기에 충분하다. 150km대 광속구와 커브 조합을 자랑하며 데뷔 2년 만에 리그를 압도하는 투수로 떠오른 김광현. 그가 또다시 한국 시리즈의 '어린 영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