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했는데 이길 준비가 아직 안됐어". 디펜딩 챔피언 SK 김성근(66) 감독의 여유가 넘쳐 흘렀다. 미디어데이 직전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준비는 다하셨냐"는 이종도 해설위원의 질문에 이렇게 알 듯 모를 듯한 답변을 내놓았다. 표정에서는 웃음이 한가득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SK가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우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2위 두산과 무려 13경기차로 압도적인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다. 단기전에서 큰 의미가 없다지만 두산과의 시즌 상대전적에서도 10승 8패로 앞섰다. 상대적으로 두산이 플레이오프에서 삼성과 6차전까지 가는 힘든 여정을 거친 것과 비교해 더욱 SK의 강함이 부각되는 이번 시리즈다. 김 감독은 25일 인천 문학구장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내내 재치 넘치는 입담을 선보였다. 본격적인 미디어데이가 시작되기 전 김 감독은 대뜸 사회를 맡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진형 홍보팀장에게 "잠바를 벗어야 하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괜찮다"는 답변을 받기도 전에 "작년에도 이렇게 해서 이겼다"며 "안에 유니폼을 입고 오지 않았다"고 말해 취재진들을 웃게 만들었다. 평소 징크스가 많기로 잘 알려져 있는 김 감독다운 말이었다. 팀의 비밀병기를 말해달라는 말에는 "우리는 모두 다 비밀병긴데"라고 짐짓 곤란한 표정을 지은 후 "김광현이 얼마나 잘해주는가가 이번 시리즈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진영이 "시즌이 끝난지 한달 가까운 시간 동안 지옥훈련을 했다"며 "지옥훈련이 헛되고 후회없도록 열심히 하겠다. 한국시리즈를 위해 몸과 마음의 준비를 마쳤고 개인이 아닌 하나가 돼 열심히 똘똘 뭉쳤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런데 김 감독은 불쑥 "이진영은 안나왔다"고 밝혀 이진영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농담이었다. 이진영은 시즌 후반 다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후 시리즈 휴식기 도중 팀 훈련에 합류, 재활훈련에 매진했다. 그러나 최근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팀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시리즈를 통해 보여줄 만한 색다른 것을 준비한 것은 없나'라는 질문에는 "이만수 수석코치에게 운동장 뛰라고 할까"라며 "그렇게 신경쓰는 건 없다. 미리 그런 질문을 할줄 알았으면 준비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많은 시간을 두산에 대한 칭찬으로 소진했다. 김 감독은 "빠른 발을 앞세운 두산 덕분에 올림픽을 제패한 것"이라며 "이런 두산을 대처해 가는 과정 속에 우리 나라 야구가 더 발전할 것이며 이번 한국시리즈 또 하나의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승부와 관련한 부문 만큼은 절대 용서가 없었다. 김 감독은 작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벤치 클리어링까지 간 사태에 대해 "작년에는 고의가 아니었다. 올해도 익사이팅한 경기를 하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야구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다"면서도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때 투수가 모자를 벗는 모습을 3번 정도 본 것 같다. 좋게 보이지 않았다. 왜 벗는지 모르겠다. 상대팀에게 모자를 벗는 것보다 익사이팅한 경기를 하는 것이 팬들에게 더 어필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평소 지론을 거침없이 밝히기도 했다. letmeout@osen.co.kr 오는 26일 부터 열리는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 앞서 양팀 감독과 주장이 참석한 가운데 25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SK 김성근 감독이 김광현 투수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 흐름이 결정 될거 같다며 출사표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인천=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