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자리서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오재원(23)이 우리 팀의 '키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자리에 동석했던 삼성 주장 진갑용(34)은 "기억에 넣어두도록 하겠다"라는 말로 오재원의 활약 여부에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오재원은 플레이오프 6경기서 4할4푼(25타수 11안타) 5타점 2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한국 시리즈 진출을 이끄는 동시에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플레이오프서도 대단한 예지력을 발휘했던 김 감독은 지난 25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미디어 데이 자리서 "고영민(24)이 활약해줘야 한다. 고영민을 우리 팀의 '키 플레이어'로 생각하고 있다"라는 말로 믿음을 보여줬다. 최근 3년 간 동안 두산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는 동시에 당당히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로도 우뚝 선 고영민은 올시즌 전 경기(126경기)에 출장, 2할6푼7리 9홈런 70타점을 기록했다. 김 감독이 고영민에게 기대를 건 데에는 SK의 홈 구장인 문학 구장에서의 성적이 탁월하다는 데에 있었다. 올시즌 SK를 상대로 2할8푼3리(60타수 17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던 고영민은 문학 구장에서 3할7푼(27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을 올리며 맹위를 떨쳤다. 1차전 선발로 등판하는 김광현(20)을 상대로 1할4푼3리(14타수 2안타)로 고전했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상대 성적만이 아니라 고영민의 발에도 두산의 승운이 달려있다. 김현수(20)의 성장으로 3번 타순에서 2번 타순으로 전진 배치되기도 했던 고영민은 올시즌 39개(4위)의 도루를 기록하는 동시에 추가 진루율 35.2%(193회 중 68회, 전체 8위)라는 탁월한 '발야구'를 선보였다. 특히 고영민은 1루 주자로 누상에 있던 상황서 단타에 3루까지 진루하는 횟수가 가장 많았던 주자다. 고영민은 54번의 기회 중 3루에 안착한 횟수가 23번에 달해 추가 진루율 42.6%로 8개 구단 타자들 중 가장 좋은 기록을 선보였다. 고영민이 전체 추가 진루율 35.7%(221회 중 79회, 공동 5위)를 기록한 이종욱(28)과 함께 '발야구 형제'로 명성을 날린 데는 도루보다 추가 진루의 힘이 더욱 컸다. 탁월한 센스를 바탕으로 한 수비 외에도 고영민은 두산에서 쓰임새가 굉장히 많은 선수다. 지난해부터 크로스 스탠스를 수정하며 밀어치는 능력까지 더욱 좋아졌고 이전부터 각광을 받아 온 빠른 발은 그의 커다란 장점이다. '만능 팔'과 '만능 다리'를 지닌 고제트 고영민이 한국 시리즈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두산 팬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