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왜 고전을 면치 못할까
OSEN 기자
발행 2008.10.26 11: 39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지난 겨울 예능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던 KBS 2TV '1박2일'이 요즘 시청률 하락과 채널 이탈로 고전하고 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주기가 짧아졌다고 하지만 '1박2일' 천하는 1년을 못넘겼다. '무한도전'의 장기 집권에 비해 너무 일찍 위기를 맞이한 '1박2일'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위기는 자만과 함께 찾아온다 잘 나가던 예능 프로의 위기는 늘 정상에 올랐을 때 그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제작 및 출연진이 매너리즘에 길들여지고 자만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때문. 자화자찬으로 멤버들이 '1박2일'을 연호하고 다니는 순간, 시청자들은 슬슬 식상함을 느끼며 다른 채널을 기웃거리기 마련이다. AGB닐슨 등 시청률 조사기관의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20%선까지 치솟았던 '해피선데이'의 시청률은 14일 추석 방송 때 8.5%로 반토막난 데 이어 최근 방송에서도 10% 초반에 머물러 있다. 일요일 저녁 3사 예능 대결의 주도권을 놓친 지는 이미 오래다.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우리 결혼했어요'와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등 경쟁 프로가 '1박2일'을 피해 편성하던 호시절은 지나가고 거꾸로 '1박2일'이 이들을 피하기 바쁜 처지로 바뀌었다. 첫번째 이유는 시청자의 열렬한 성원에 자만한 제작진이 초심을 잃고 '1박2일'을 감동 드라마인냥 오판한 까닭이다. 강호동을 비롯한 김C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 MC몽 등 '1박2일' 6인 멤버들이 시골 야생 체험과 복불복으로 생고생을 하는 모습에 박장대소했던 시청자들은 백두산 가는 길에 '국민 여러분'을 남발하며 억지 감동을 쥐어짜려는 순간부터 웃음을 잃어갔다. 억지 감동은 금물이다 둘째는 'MC몽 흡연 방송' '사직구장 자리 점거 논란' 등 부쩍 잦아든 논란들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가 사직경기 촬영 논란을 둘러싸고 보여준 제작진의 이중적 행동이다. 네티즌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다음에야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사과문을 내놓았다. 방송 초반, 홈페이지 게시판의 시청자 반응을 모니터해 좋은 아이디어나 날카로운 지적 등을 빠르게 반영하는 듯했던 순발력과 적극성을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제작진과 6인 멤버 매니저, 코디 등의 방송 출연량이 너무 많아졌다는 문제점을 들수있다. MBC '무한도전'이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던 예능 리얼 버라이어티에서의 PD 및 매니저 등장은 약간의 양념으로 쓰여야 제 맛을 낸다. 그러나 '1박2일'은 PD들과 매니저들의 진행 참여가 잦아지고 도를 넘어서면서 역기능을 내고 있다. '1박2일'이 최고조에 겨워 시청자 어깨를 들썩이게 한 특집들을 되짚어보면 위기의 배경은 뿌리를 드러낸다. 추운 겨울, 강원도 산골에서 배고픔에 떨며 야외 취침을 했던 그 순간, 목적지를 향하는 여정에서 게릴라 콘서트와 지급품 판매의 깜짝쇼를 연출했던 그 순간, 먼 낙도와 산골 오지의 어린이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던 그 순간... '1박2일'은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너무나 많은 장점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순간 최고시청률이 안겼던 자만의 늪과 덫을 벗어나 초심으로 돌아간 '1박2일'만이 시청자의 마음을 다시 찾아올 비결임에 틀림없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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